세상이 디지털화되고 음악계 속도가 빨라지면서 아티스트들의 체력과 창의력도 전보다 빨리 소모되고 있다. 특히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 신에서 요즘 이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DJ 중 한명인 하드웰은 지난 9월 돌연 무기한 투어 중단을 선언하고 휴식기에 들어갔다. 언론과 팬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보면 그가 얼마나 지친 상태인지 짐작된다. “24시간 하드웰로 살다보니, 에너지, 사랑, 창의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생활이 거의 남지 않게 됐다.”
DJ 카니지도 11월 초 기약 없는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EDM 최전선에서 물러났다. 그의 경우는 좀더 심각하다. “정신 및 육체적 건강”을 언급하며 “위험신호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얼마간 그들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이제 아티스트들이 무조건 견디지 않고 솔직히 한계를 인정할 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재충전 뒤에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면 그만이다. 팬들은 그 정도 기다려줄 여유가 있다.
지금의 휴식기 선언 바람은 아비치 죽음 이후 시작됐다. 친구와의 이별을 겪은 DJ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라고 자각한 것 같다. <Happy Now>는 카이고가 아비치에게 바치는 트리뷰트 신곡이다. 아비치는 음악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교훈을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