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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 대신 교육성 지향 관객수준 높아 성공 자신
2002-04-26

부산, 부천, 광주영화제와 다른 점이 무엇이죠 ?” 26일부터 시작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최민 조직위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이 여전히 가장 많이 들을 법한 질문은 아무래도 `부산, 부천, 광주영화제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는 것일 게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무슨 국제영화제가 4개씩이나 되느냐'는 힐난이 담겨있다. 다시 또 듣는 이 까탈에도 최 위원장은 천연덕스럽기만 하다. “보면 알거예요. 부산영화제 등이 한국과 세계 영화의 소통체계로 작용한다면 전주영화제는 상업적인 틀 밖의 교육적인 영화제라고 할 수 있죠.”실제로 전주영화제에는 눈에 띄는 배우나 감독이 찾아오지 않는다. 일반 극장에 내걸릴 영화도 거의 없고, 있다해도 흥행을 기대할 작품은 별로 없다. 대신 스크린에 내걸릴 기회조차 없는 단편영화, 아직도 `예술'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디지털영화, 여전히 비주류인 애니메이션 `예술영화' 등이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단편영화는 담론이 빈곤한 우리 풍토에 신선한 담론을 제기하고, 변화의 조짐을 읽어내며, 선구적인 기법과 새로운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침반 구실을 하죠.” 그래서 최 위원장은 단편 700여편을 정리하고, 비평가위원회도 구성해 이들에게 단편 보기를 `강권'하고 있다고 한다. 전주영화제의 `교육적' 지향은 최 위원장이 집착하는 디지털영화에서 잘 드러난다. 이른바 예술가들은 새로운 기술을 `일단' 거부한다. “유성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건 기술일 뿐 예술은 아니라고들 했죠. 영화의 모태인 사진이 등장했을 때도 그랬고요. 지금 디지털기술이 그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예술은 새로운 기술을 자양분 삼아 그 지평을 넓혀왔습니다.” 그가 디지털영화에 주목하는 것은 대중성에 있다. 일반인이 영화제작을 감히 엄두도 내지못하는 이유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 집단과 고가의 기자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기술은 이 두가지 조건을 없앨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월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처음 갔다왔다. 그리고 거기서 전주영화제의 모델을 발견했다. “작은 도시죠. 관객도 많지는 않았지만, 유럽 각지에서 도시락 싸들고 올 정도로 영화에 충실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영화제의 올해 슬로건이 `영화란 무엇인가'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영화제건 사람이 꾀어야 장사도 되고 교육도 이뤄진다. `교육적'이라는 팻말을 앞세우고서야 장이 설 수 있을까. “우리 관객의 수준을 모르고 하는 소립니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보다 우리 관객은 훨씬 진지하고 수준도 높습니다. 지난해 10만명이 다녀갔습니다. 이 정도면 영화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에 충분합니다.” 그의 천진한 얼굴에선 환갑을 앞둔 이의 나이를 읽을 수 없다. 그러나 사람좋아 보인다고 덤볐다가는 경을 친다.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있을 때, 파견공무원들과 한바탕 일을 치뤘고,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도 그랬다. “예산 대부분을 내는 전주시에 미안합니다. 유명한 사람과 작품을 불러들여 눈길을 끌고 싶지만 그럴 수가 있어야지요.” 그의 천진한 강기가 얼마나 `학구적인' 영화제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곽병찬 기자chank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