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봄/여름 헤라 서울패션위크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에서 막을 내렸다. 패션 디자이너 이한철은 젊은 남성복 브랜드로 고심한 흔적이 묻어났다. 헨델이 작곡한 오페라 <세르세>의 주인공이 부르는 <Ombra mai fu>가 불이 들어온 무대를 채웠다. 경건한 음악을 미성으로 부르는 고전 오페라는 거세 가수를 염두에 둔 음역으로 작곡했다. 그래서 현대에는 카운터테너와 남성을 연기하는 여성 성악가가 부른다. 안드레아스 숄의 1999년 음반이 떠오른다. 검정 테일러드 재킷과 카무플라주 MA-1 재킷, 짧은 메시지를 휘갈긴 크롭 상의와 과장되게 커다란 민소매 데님 재킷과 청바지를 입은 모델들이 무대를 점령했을 때는 노래가 마릴린 맨슨의 <Killing Strangers>로 바뀌었다. 옷깃과 헝클어트린 소매가 인상적인 라이더 재킷은 딱 지금 젊은이들의 옷이다. 고전 남성복과 워크웨어에서 영향을 받은 아이템이 가득하지만 간결한 디자인과 공식을 따르지 않은 부자재(단추와 지퍼의 위치와 개수 등) 사용으로 현재의 기능성을 추가했다. 피날레 직전 들린 또 한번의 <Ombra mai fu>는 칠레 출신의 성전환 배우, 다니엘라 베가의 목소리였다.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옷의 스타일과 디테일을 고려해 굳이 몇곡의 음악을 하나의 컬렉션에 섞은 데는 치밀한 계산이 깔렸을까? 최근 ‘음악’으로 섬세하게 ‘이야기’하는 패션쇼를 본 경험은 흔치 않다. 그래서 조금 더 인상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