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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인천상륙작전> 30억원 투자의 전말 단독 보도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8-10-26

<인천상륙작전>은 건전애국영화일까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비례대표).

“KBS가 영화 시나리오와 예상손익서 한장으로 <인천상륙작전>(2016)에 30여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 10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서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비례대표)은 <인천상륙작전>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직접 지원한 ‘건전애국영화’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인천상륙작전>은 KBS의 31억9천만원을 포함해 정부가 106억2천만원을 투자한 일종의 박근혜 전 대통령 프로젝트였던 게 문제다. KBS가 왜 이 일에 총대를 메고 나섰는지, 감사실이든 진실과미래위원회든 KBS의 투자 지시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피감기관으로 국감에 참석한 양승동 KBS 사장은 “(이 문제는) 지난 4월 KBS 뉴스(‘블랙·화이트리스트’ 집행자 추적…국책은행·공공기관도 대규모 투자)로 보도한 바 있다”고 대답했으나 박 의원은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반박했다. 양 사장은 “지금 진실과미래위원회도 (그 문제를) 조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박 의원의 주문을 받아들였다. KBS 진실과미래위원회는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 침해 사례를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6월 5일 구성됐다.

<씨네21>은 국정감사에서 박선숙 의원이 제기한 문제를 바탕으로 박 의원실의 협조를 받아 <인천상륙작전> 투자 과정을 세세하게 취재했다. 그 결과, KBS의 <인천상륙작전> 투자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KBS는 2015년 5월 18일 KBS 콘텐츠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했다. <인천상륙작전>을 제작한 태원엔터테인먼트는 2015년 7월 말 KBS 콘텐츠 특수목적회사에 <인천상륙작전> 시나리오와 ‘인천상륙작전 예상손익’이라는 제목의 문서 한장을 제출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인 8월 14일 태원엔터테인먼트는 KBS 콘텐츠 특수목적회사에 제출한 시나리오와 예상손익표를 KBS 미디어에도 그대로 이메일 제출했다. 이 예상손익표는 동원 관객 숫자가 420만, 500만, 1천만, 1500만명일 때 매출액 대비 투자수익률을 계량화한 수치가 기재된 문서로, IBK기업은행 투자 심사 때도 그대로 제출됐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2015년 10월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출한 영화 시나리오와 영화의 기획의도 그리고 예상손익표를 근거로 20억원 투자를 고려하는 ‘예비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

양승동 KBS 사장.

KBS 콘텐츠 특수목적회사는 9월 17일 제1차 투자운용위원회를 열고 <인천상륙작전>에 20억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으로 참여해 안정적인 스크린 수 확보가 가능’한 이유로 투자하기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흥미롭게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제1차 투자운용위원회 영화투자안은 KBS 콘텐츠 특수목적회사가 아닌 KBS 본사의 KBS2TV 제작투자부에서 작성됐다). CJ엔터테인먼트와 투자·배급 계약을 맺기 두달 전이었음에도 CJ의 투자·배급 참여가 마치 확정된 것처럼 말이다(CJ엔터테인먼트는 11월 6일 태원엔터테인먼트와 투자·배급 계약을 맺었다. 기업은행이 2015년 10월 29일 작성한 투자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투자검토에 나서자 투자·배급을 검토 중이던 CJ엔터테인먼트가 갑자기 투자 규모를 늘리고, 배급 시기를 최성수기로 확정하는 등 제작사와 프로젝트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편집자). 하지만 CJ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보통 투자·배급사는 투자·배급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라인업을 확정한다”며 아주 특수한 경우는 아니라고 전했다.

어쨌거나 KBS 콘텐츠 특수목적회사가 <인천상륙작전>에 투자한 건 회사를 설립한 뒤 이루어진 첫 투자이자 유일한 영화 투자이다. 이후 KBS 드라마 22편의 사업권에 투자했는데 평균 투자액이 11억9천만원임을 감안하면 <인천상륙작전>의 투자금 20억원은 평균 투자액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KBS 미디어 또한 354차 이사회를 개최해 <인천상륙작전>에 10억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KBS 콘텐츠 특수목적회사와 KBS 미디어는 11월 20일과 12월 2일에 20억원과 10억원을 각각 투자 계약했다. 또 그다음해인 2016년 7월 6일 KBS 콘텐츠 특수목적회사는 태원엔터테인먼트와 1억9천만원의 추가 투자를 계약했다.

박선숙 의원은 <인천상륙작전>에 투자한 KBS의 30억원과 IBK기업은행의 20억원(표 참조)을 합친 50억원이 당시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가 건전영화에 지원해주라고 지시한 그 50억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검찰은 증인으로 참석한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에게 “2014년 8월 25일 열린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청와대 교문수석실이 ‘건전애국영화’ 지원을 위한 예산을 50억원으로 편성하는 등 구체적인 지원 사업을 마련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나”라고 질문했고, 김 전 비서관은 “네”라고 인정했다. 김소영 전 비서관은 “다음해인 2015년 1월 28일에도 (같은 내용의) 지시가 또 내려왔고, 2014~15년 두 차례 (윗선에) 보고드린 기억이 있다”고도 증언했다. 실수비 보고 시점인 1월 28일 이후 건전애국영화 투자가 진행되었을 것이고, 그 시기에 펀딩이 시작된 (건전애국)영화는 <인천상륙작전>밖에 없으니(<연평해전>은 이미 2015년 1월 촬영이 끝났고, 2월부터 후반작업이 시작됐다.-편집자), 김소영 전 비서관의 증언 내용을 토대로 <인천상륙작전>을 대입하면 CJ엔터테인먼트는 배급을 맡고, IBK기업은행과 KBS는 50억원을 지원하고, KBS는 52차례(민주언론시민연합 집계) 보도성 홍보로 밀어주고, 모태펀드는 펀드지원을 강화하고, 국가보훈처는 보급 확산 역할을 맡은 셈이다.

※박선숙 의원실 제공

하지만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인천상륙작전>은 조대현 전 KBS 사장이 연임하기 위해 투자한 것”이지 “박근혜 정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정태원 대표의 말에 따르면, 2015년 6월 24일 그는 김상률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새누리당 모 의원과 저녁 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조대현 사장에게 좌파 프레임을 씌워 조 대표는 연임하면 안 된다는 요지의 얘기가 나왔다. 마침 그날 한국전쟁 때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타진설이 KBS <9시 뉴스>에 보도됐는데, 그들이 보도 소식을 듣고 조 사장이 좌파가 맞다고 굴레를 씌웠다. 다음날 정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조 사장에게 직접 연락해 식사 자리에서 나온 대화 내용을 전하며 “<인천상륙작전>이 잘될 것 같은데 이 영화에 투자하면 좌파 누명을 벗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조대현 사장이 “얼마나 투자할까?”라고 묻자 정 대표는 “투자받는 사람은 주는 대로 받는 거”라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 영화는 KBS 본사(KBS 콘텐츠 특수목적회사)로부터 20억원, 자회사(KBS 미디어)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았다. 정 대표는 “그게 전부다. 청와대가 <인천상륙작전>에 지원하라고 지시한 건 전혀 사실이 아니고 들은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씨네21>은 조대현 전 사장에게 연락했으나 그는 전화를 받지도 않고, 문자에 답장도 하지 않았다.

KBS의 <인천상륙작전> 투자와 관련된 여러 정황들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아직 더 밝혀져야 할 내용이 많다. 누가 KBS와 IBK기업은행을 움직여 이른바 건전애국영화에 지원하라고 했을까. 누가 50억원이라는 숫자를 꼭 집어서 정했을까. <인천상륙작전>을 지원해 영화가 흥행했을 때 제작사와 투자사를 제외한 누가 가장 재미를 보았을까. 기사에서 익명으로 등장하는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누구일까. 이제는 누군가가 입을 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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