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절창하는 R&B가 별로 인기가 없다. 올해 상반기 큰 사랑을 받은 딘의 <Instagram>만 해도 고음이나 파워풀한 호소력이 아니라 끈적한 디테일과 분위기로 승부한다. 아이유의 10주년 싱글 《삐삐》도 편안하면서도 멋을 주는 디테일이 핵심이지 고음을 길게 끌면서 감탄을 부르지 않는다. 이런 트렌드는 R&B의 리더가 나얼에서 자이언티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이젠 휘성의 <안 되나요> 같은 절창의 발라드를 들으면 좀 ‘옛날 음악’ 느낌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게 또 아닌 것 같다. 유튜브에 구독자 168만명을 자랑하는 <창현 거리노래방>이란 채널이 있는데, 여기서 가장 큰 호응을 얻는 일반인들은 대개 파워풀한 성량과 고음의 쾌감을 선사하는 사람들이다. 얼리샤 키스, 임창정, 시아의 고음 후렴구를 정확한 음정과 떨어지지 않는 힘으로 소화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걸 보면 또 일반적인 가창력의 기준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임창정의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가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올가을 최대 히트곡 중 하나라 해도 무방하다. 왜 인기 있는지는 분명하다. 전조해서 하나 더 올릴 정도의 엄청난 고음을 뽐낸다. 유행이란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잠재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없어지는 듯하다가도 언제든 다시 소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