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 교육생들의 기획·개발 작품을 소개하는 ‘AFiS 프로젝트 피칭’의 참가자들.
글로벌 영화 프로듀서를 꿈꾸던 한 젊은 일본 영화인으로부터 이 글은 시작된다. 일본에서 독립영화를 제작하던 그는 타이 영화인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어느 날 인터넷에서 ‘타이 영화산업’을 검색해본다. 하지만 그가 원하던 진짜배기 정보는 인터넷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어쩌면 세계의 여러 국제영화제에 자신이 원하는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칸, 마닐라, 우디네 등 다양한 국제영화제에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문화적, 산업적 배경이 다른 영화인들이 나누는 대화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힘들었다.
아시아 영화인들과의 네트워킹을 바라며 찾았던 2016년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는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아시아 지역의 인재를 대상으로 프로듀서 중심의 국제 영화비즈니스 실무교육을 진행하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AFiS)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2018년 AFiS의 신입생이 된 그는 아시아 각국에서 온 동료 영화 프로듀서들로부터 각국의 영화산업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를 듣게 되었다. 할리우드영화가 개봉하지 못하는 이란에서는 DVD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 네팔이나 미얀마처럼 영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는 잠재력이 가득하다는 것…. 6개월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그가 AFiS 수업에서, 열람실에서, 식당에서 동료 프로듀서들과 나눈 모든 이야기들이 아시아 영화산업의 백서가 되었다. 그는 AFiS의 정규 과정을 마치면 필리핀, 중국과의 국제 공동 제작을 준비할 예정이다.
장편 극영화부터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젝트를 들고 ‘LINK OF CINE-ASIA’를 찾은 세계 각국 영화인들의 비즈니스 미팅 풍경.
10월 7일부터 9일까지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에서 열린 LINK OF CINE - ASIA(아시아영화포럼 & 비즈니스 쇼케이스) 행사에서 만난 한 일본 영화 프로듀서의 이야기다(그의 사연은 이어지는 페이지에서 더 자세히 만날 수 있다). 그의 사연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글로벌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피상적인 네트워킹보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이 영화를 만들 때 실질적으로 필요한 각국의 정보, 그리고 영화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지원기관, 투자자, 제작사들과의 연결이다. 이는 아시아 국가 및 지역간의 비즈니스와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아시아 영상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LINK OF CINE - ASIA의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기도 하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이 행사에는 전세계 23개국 21개 촬영지원기관과 32개의 투자·제작사, 세계 각국 1천여명의 영화인이 참여했으며 49개의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지난 2회를 거치며 촬영지원기관과 영화계 관계자들의 참여가 늘어났고, 각 기관에서 공들여 육성하던 기획·개발 콘텐츠가 프로젝트로 합류하며 전반적인 행사의 퀄리티가 예년보다 높아졌다”고 행사를 총괄하는 조주현 부산영상위원회 국제사업팀장은 말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지원하는 웹툰 프로젝트가 올해 처음으로 피칭 행사에 합류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부산시가 함께 기획한 인터랙티브 영상물을 만날 수 있는 라운지를 선보이는 등 점점 주목받고 있는 트랜스미디어에 대한 관심도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AFiS의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 졸업생들이 ‘뉴아시아프로듀서네트워크’(New Asia Producers Network, NAPNet)를 결성해 새로운 국제 공동 제작 프로젝트를 들고 다시 부산을 찾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LINK OF CINE - ASIA 행사는 크게 네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영화 기술에 대한 정보와 이슈를 소개하는 아시아영화포럼과 국제 공동 제작 및 해외 촬영에 관한 비즈니스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Cine-Biz ASIA, 아시아 국가 또는 지역 단위의 기관 및 단체들의 교류를 장려하는 네트워킹, 영화 관계자와 방문객이 자유롭게 정보를 제공받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홍보 라운지다. 이어지는 지면에서 LINK OF CINE - ASIA 곳곳에서 포착한 다양한 아시아 영화인들의 교류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