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인 니나(크리스티아나 카포톤디)는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 있는 바라타 요양 시설에 임시 간병인으로 취업한다. 그녀는 근무태도에 따라 정규직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녀에게 반가운 것은 교구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딸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지만, 니나는 연인의 도움 없이 이곳에 정착해서 딸을 잘 키우고 싶어 하는 독립심 강한 여성이다. 대체 근무 기간이 끝날 무렵인 어느 날 저녁, 그녀는 동료들 사이의 모호한 대화를 듣게 되고, 이사장실로 오라는 통보를 받는다.
마르코 툴리오 조르다나 감독은 <여자라는 이름으로>에서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고급 요양 시설의 이사장 토리(발레리오 비나스코)의 성추행에 맞서 피해자인 주인공 니나가 동료들의 침묵에 굴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것은 감독이 니나가 겪게 되는 성추행 사건 외에 다른 여성들이 겪게 되는 성폭력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에 감독은 등장인물들의 대화 장면 중간에 불쑥 이사장의 방 앞에 선 여성들의 뒷모습을 인서트컷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은 마치 두려움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그날의 충격적인 사건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의 제목 ‘Nome di donna’는 영화에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으로 기소된 사건 제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