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너마저’가 지난해 봄 발표한 열 번째 싱글 《분향》을 올여름 내내 들었다. 2007년 처음 이 밴드를 인지한 이유는 주변 입소문이었을까…?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오래된 일기를 뒤져보니 이런 구절도 있다. ‘브로콜리너마저, 장난 아니게 가슴을 후벼판다. 앨범에 든 모든 곡이 자연스레 요즘 오며가며 가장 자주 듣는 아이팟 노래가 되었다. 여자 보컬의 곡도 좋지만, 남자 보컬의 곡들- <끝> <청춘열차>- 도 좋다. 특히 <끝>은 정말, 들으면서 힘이 들 정도.’ 음악, 아니 노래는 주로 작업하는 패션 분야와 다르다. 유행과 시대상, 소위 무브먼트라고 하는 움직임에 신경 쓰거나 분석하며 듣지 않는다. 그래서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은 비슷한 시대를 겪은 또래 친구들과 나눈 넋두리와 닮았다. 고요한 밤, 집으로 돌아가는 ‘열두시 반의 거리’를 떠올린다. ‘이제 니를 몇번이나 더 보겠노’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너무나 얇은 손목과 발목의 친할머니를 생각하며 울컥한다. <분향>은 경쾌한 기타 선율과 멜로디가 배경에 깔린 채로, ‘처음 만났던 때와 멀지 않았을 사진 속’의 얼굴이 있는 장례식장 장면이 담겨 있다. 스스로 나이 든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질 때가 있는데 항상 사적인 문제 때문은 아니다. 결혼하는 친구들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지나고 또래 친구들의 좋지 않은 소식도 접하게 되었다. 삶의 즐거움과 고민, 사랑뿐 아니라 죽음을 생각한다. 브로콜리너마저의 곡들에 긴 여운이 남은 이유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