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K시 가족여성과 내 출산장려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우리 시 출산율이 너무 낮아서 지난해에 팀명도 출산다문화팀에서 출산장려팀으로 바뀌었어요. 최근엔 관련 행사도 했어요. 관내 13살 이하 막내를 둔 가정 중 가장 자녀가 많은 ‘다둥이’부모를 선발해 지원하는 행사요. 첫 번째 후보는 30대 싱글맘이었는데 조금 문제가 있었어요. 이혼했냐고요? 아뇨. 결혼한 적이 없대요. 미혼모예요. 요즘은 비혼모라고 한대요. 비혼부, 비혼모부요. 팀장님에게 말하니까 둘이 한 아이를 키우기도 힘든데, 한 사람이 여럿을 키우다니 어딘가 수상하대요. 전 그렇게 생각하는 팀장님이 더 수상한 거 같은데. 우리나라는 낙태가 불법이잖아요. 여성이 스스로 임신을 중단할 권리나 자유는 없는데. 법적으로 임신 중단이 금지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고요.
하지만 팀장님이 그러네요. 삶엔 순서가 있다고. 태어나 교육, 취업, 혼인을 거쳐 가족을 이루는 거요. 이를 돕는 게 나라가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결혼은 건너뛰고 출산, 아니 가족까지 간 거 아니냐. 그래서 문제라고요. 이런 비정상을 뽑으면 행사 참여기업의 후원도 끊기고, 민원이 생길 거래요. 행복한 한 가정이 비정상 가정이 됐네요. 아빠만 없을 뿐인데. 출산율이 우리 두배쯤 되는 프랑스와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태어난 아기 중 60% 이상이 혼외출산이라고 팀장님에게 말했다가 혼났어요. 혼외관계를 장려하라는 소리냐고요. 프랑스에선 독신자도 아이를 키우면 가족수당이 있어요. 소득세 등에서 혼인가구와 같은 혜택이 있거든요. 이런 건 얘기도 못 꺼냈네요. 아마 알고는 있겠죠. “여기가 프랑스니? 한국이야 한국!” 할 게 뻔해요. 우리 목표는 정상 가족을 뽑는 거였어요. 임신은 장려하지만 아빠 없는 아이를 원하진 않는대요.
다음 가정을 찾아보니 아버지가 외국인. 그래도 어머니는 한국인이고, 주소지도 우리 시니까 자격이 돼요. 다행이죠. 하지만 팀장님이 아버지 국적을 확인하곤 다른 분을 찾으라고 했어요. 다문화 가족이라고. 출산율 제고를 위한 행사인데 이분들을 뽑으면 자칫 다문화 가정 지원행사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했어요. 제가 보기엔 우리 시 앞에 붙이는 ‘글로벌 도시’ 표어에도 딱 어울리는 가정 같은데 말이죠. 전 아직도 팀장님이 말하는 ‘다문화 가정’이랑 ‘글로벌 가정’ 의미 차이를 모르겠어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후보를 지워나가며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의 정상 가정을 찾으니 자녀 수가 ‘다둥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숫자가 됐어요. 큰일이에요.
전 아이가 있냐고요? 아뇨, 아직요. 왜냐고요? 요즘 애를 안 갖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왜 뭔가 특수한 이유를 꼭 찾으세요? 사는 게 빠듯하고, 아이를 키울 희망도 여유도 없는 건 예전부터 너무 당연한… 잠깐만요, 시어머니께 문자가 왔어요. 올 추석 언제 오냐고 하시네요. 명절에 뵈면 “언제쯤 손주를 볼 수 있을까?” 또 물으시겠죠. 어머님이 키워줄 것도 아니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