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6일 전주국제영화제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KBS독립영화관(KBS2TV, 토, 새벽1시10분)을 보면서 ‘국제적인’ 분을 푸시길…. 브라질 상파울로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빨간 외제차 소동>(BMW Vermelho : Red BMW)(감독 레이날도 핀네이노, 브라질, 35밀리 컬러, 21분, 2000)은 제3회 서울단편영화제 등 그해 국내 단편영화제에서 오로지 관객상만 받았던 <테레비> 같은 영화다. 접근법이나 표현력에서도 차이가 나고 계기 또한 다르지만 말이다.
브라질의 한 산동네에 사는 오딜롱 일가는 경품대회에 당첨이 되어 졸지에 빨간색 외제 차(BMW) 한대를 받는다. 운전도 못하고, 기름값도 없지만 그래도 즐겁다. 게다가 비가 오면 비 새는 집을 피할 수 있는 안식처이기도 했다. 결국 그들은 차 안에서 생활을 하다가 집마저 팔아버린다. 하지만 그에게도 소망은 있었다. 그 빨간차를 타고 거리를 달려보는 것이었다. 그 마지막 장면은 직접 봐야 알 수 있고, 이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단편영화의 묘미야 여럿 있지만 제대로 뒤집은 이 영화의 반전이야말로 말 그대로 ‘백미’다.
다른 한편의 영화는 판타지다. <이른 여름 슈퍼맨>(감독 유상곤, 35밀리 컬러, 15분, 2001)은 버스를 탄 한 소녀의 판타지를 그리고 있는데, 그것은 동시에 감독의 판타지이기도 한 것처럼 보인다. 판타지를 위한, 판타지에 의한 영화는 참 귀엽다. 놀라운 것은, 장애자 딸과 아버지와 작은 오토바이가 등장하는 칙칙한 독립영화 <체온>을 만든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효인/ 영화평론가·경희대 교수 yhi60@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