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달빛> <코기빌 마을 축제> 등 동화책을 쓴 작가 타샤 튜더의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다큐멘터리. 세계적인 작가가 된 그가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고 어떻게 데뷔할 수 있었는지 기본적인 일대기가 초반에 등장하지만, 영화가 관심을 두는 것은 그의 성공담이 아니다. 대신 평온하고 자연주의적인 그의 작품 스타일과 감성을 만든 배경이 무엇인지 당사자와 가족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한다.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사교계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인형놀이와 독서를 좋아했고, 도시보다 시골을 선호했으며 미국의 번성기였던 1830년대의 골동품과 생활방식을 사랑했다. 무엇보다 그가 30여년에 걸쳐 일궈낸 30만평의 정원은 있는 그대로 자신의 삶을 살라는 메시지 그 자체다.
“이 집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며 느림의 가치를 믿는 타샤 튜더처럼 영화의 호흡은 조급하지 않다. 정원의 이미지를 단번에 보여줄 수 있는 봄이 아닌 쓸쓸한 겨울로 영화의 문을 열며 고요함의 정서를 먼저 설득한 후, 타샤 튜더의 인생을 천천히 펼쳐놓는 식이다. 그중 제1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쟁 등 근현대사의 맥락 안에서 타샤의 세계관이 갖는 의미를 짚은 대목은 효과적이다. 타샤 튜더 탄생 100주년 기념 영화 <타샤 튜더>는 2005년부터 <NHK>에서 제작한 4개의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타샤 튜더의 집과 정원을 직접 카메라에 담을 수 있도록 허락을 구하고 10년간 취재한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