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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영화평론상 수상 발표 후기
주성철 2018-09-07

<씨네21> 영화평론상이 어느덧 23회를 맞이했다. 먼저 예정된 발표 시기를 2주 정도 늦추게 된 것에 대해 응모자들과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비평의 위기’라는 해묵은 표현이 새삼 짓누르는 가운데서도 해마다 응모자들은 늘어났고,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많은 110편이 접수됐다. 몇해 전 채 50편도 접수되지 않아 심각한 위기감을 느낀 것에 비하면, 그런 추세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꼼꼼히 읽고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내부적으로 좀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거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올해 영화평론상에 대한 심사평을 따로 쓰긴 했지만(43쪽 참조), 심사평에 이름을 언급한 수상자 포함 4명 외에 최종심까지 오른 몇몇 응모자들이 모두 이전에도 <씨네21> 영화평론상에 도전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유독 올해는 새롭게 응모하여 우리의 눈길을 끈 사람보다 와신상담 재도전에 나선 응모자들이 더 눈에 띄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종 우수상 수상자로 뽑힌 김병규, 홍은미 평론가 모두 올해 처음 도전한 게 아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반복해서 검토했다. 해마다 수상자로 뽑거나 안타깝게 떨어진 응모자로 심사평에 언급한 사람 외에도 ‘최종심에 올릴 수도 있었던’ 10명 이상의 명단은 언제나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혹여 올해 언급되지 않은 몇몇 실력자들을 내년에도 꼭 다시 만나고 싶다.

또 하나 어떤 ‘경향’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다. 과거 영화평론상 심사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어느 해랄 것도 없이 언제나 압도적으로 홍상수 작가론과 홍상수 작품비평이 많았다. 접수된 비평의 50%를 넘긴 해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에 관한 비평이 사실상 ‘전멸’에 가까웠다. 물론 해마다 일정 부분 이상 차지했던 박찬욱, 봉준호 감독에 관한 이론, 작품비평 또한 드물었다. 반면 가까운 시기에 개봉했다는 이유가 클 텐데, 단일 감독과 작품으로 보자면 이창동 작가론과 <버닝> 작품비평이 그나마 가장 많았다. 굳이 분류하자면, 옹호론보다는 비판론이 조금 더 많았다. 그간 <씨네21>에 실린 여러 비평도 그러했지만, <버닝>이 흥행과 무관하게 비평적으로는 보다 옹호의 시선이 더 많았음을 떠올려보면, 접수된 비평들은 비판론쪽이 좀더 많았다는 게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어느 쪽의 비평도 우리가 최종적으로 뽑지는 못했다. 뭐랄까, 써낸 사람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와닿았다. 이번호에 실린 김소희, 송형국, 안시환 세 평론가의 비평 대담(52~58쪽)에서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싫어하면 싫어하는 대로 좀더 이야기가 나왔어야 했다. 미적지근한 상태에서 다들 침묵해버린 게 아닌가 싶다”는 안시환 평론가의 얘기가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보자면, 올해 수상자인 김병규 평론가의 이론비평 ‘액체적 영화에 관하여’처럼 특정 감독이나 사조, 이론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과 이론을 자유롭게 펼쳐나간 글들이 꽤 많았다. 또 홍은미 평론가의 짐 자무시 감독 작가론처럼 직관적인 관찰력과 분석력을 디딤돌 삼아 결코 딱딱한 개념이나 용어에 먼저 휘둘리지 않는 글들이 많았다. 두 사람의 글은 올해의 그러한 서로 다른 경향을 대표하는 값진 글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지금껏 쭉 얘기한, 이런 올해의 결과를 어떤 의미로 이해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올해 가장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다. 굳이 정리하자면, 올해야말로 가장 개성 넘치는 글들이 많았던 것 같다. 비평을 필요로 하는 영화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나쁜 시대의 좋은 변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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