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호텔 침대에 누워 쉬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인스타그램이 비보를 알렸다. 어리사 프랭클린 여사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네.
평소에 나는 추모를 쉽게(?)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그냥 흘려보낸 죽음이 꽤 많다. 누구인지는 알지만 팬까지는 아니었던 사람의 죽음 앞에 ‘정말 좋아했었다’는 유의 과장을 늘어놓으며 스스로의 낭만에 도취되기는 싫었다.
하지만 어리사 프랭클린의 죽음은 나로 하여금 휴가 중 마카오에서도 추모 포스트를 올리게 만들었다. 물론 그녀가 솔의 여왕인 건 맞다. 그러나 그녀가 나에게 특별한 존재였던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내가 어릴 적에 듣고 자란 수많은 힙합 노래가 그녀의 목소리에 빚을 졌기 때문이다.
제임스 브라운은 힙합의 아버지다. 드럼 브레이크를 비롯해 그가 남긴 수많은 소리는 힙합 사운드의 뿌리가 됐다. 그렇다면 어리사 프랭클린은 ‘힙합의 어머니’쯤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녀의 노래를 샘플링한 힙합 노래가 좀 많던가. 모든 힙합 프로듀서는 그녀의 품 안에서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중에서도 <One Step Ahead>를 다시 들으며 그녀가 힙합 역사에 남긴 유산을 생각한다. Long Live the Qu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