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소울스케이프의 1집 《180g beats》의 간결한 그래픽디자인 표지는 전혀 힙합 같지 않았다. 발매 시기는 기억하건대 봄이었다. 계절이 두번 바뀐 후 가을 무렵, 어느 하굣길에 들을 음반이 없어서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이제는 사라진 작은 음반 가게에서 그 CD를 골랐다. 파나소닉 CD 플레이어에 넣고 이어폰으로 들으며 걷다가, 성수대교 남단 주유소 앞에 멈춰 섰다. 왜 이제야 샀을까. CD가 카세트 테이프였다면, 진작에 늘어났을 정도로 오래도록 들었다. 이후 그의 작업을 꾸준히 흠모했다. 1집보다 더 다양한 음악을 담은 《Lovers》는 물론 에스피오네로 발매한 음악과 서울의 소리를 담은 음악을 귀가 닳도록 주입했다. 훗날 360 사운즈 구성원들과 안면을 트고, 처음 인사를 건넸을 때의 떨림을 기억한다. ‘왜 CD를 갖고 오지 않았을까! 사인받아야 하는데!’ 18살이던 소년은 이제 36살이 되었다.
새로운 리믹스 앨범은 비스츠 앤 네이티브스가 발매하고, 이센스의 사운드 클라우드와 ‘beastsandnatives.com’에 공개했다. 엑스엑스엑스, 프랭크, 이센스 그리고 말립과 준원 등 다양한 래퍼와 프로듀서가 참여한 여섯곡이 있다. 음악가 각자의 색으로 해석한 곡을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사랑이라는 단어처럼 음악은 참 좋다는 울림이 일었다. ‘ALL THIS TIME AND WE’RE STILL IN LOVE’라는 새 표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