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가서 바다 끝 망망대해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멍해지곤 한다. 제주도 애월읍 소길리에서 이름을 빌려온 《soony eight: 소길花》는 제주도의 그 감성이 음악으로 옮겨온 것 같다. 들려지기보다는 느껴지는 아득한 잔향들이 음악 속 먼 어딘가를 보게 만든다. 장필순의 목소리도 포인트 강한 점보다는 부드러운 선을 그린다. 비록 인공음을 많이 썼지만 자연 어딘가에서 잠시 쉼을 만끽하는 기분이 든다. 이 음악의 편안함을 심호흡으로 힘껏 빨아들이고 싶다.
다루는 테마, 스토리텔링 방식, 앨범 커버까지 하나같이 ‘자연’스럽다. 화자의 감정을 깨우는 매개는 대개 달빛, 바람, 숲 같은 자연이며, 가사 전개도 일상적인 소재에서 시작해 상념으로 나아간다. <외로워> <그림> 같은 단순한 제목에서도 최대한 꾸미지 않으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저녁 바다> <고사리 장마>처럼 아예 자연을 소재로 쓴 곡도 있다.
2015년 봄부터 시리즈로 발표해온 싱글들을 모으고 <그림>과 <아침을 맞으러> 두곡의 신곡을 더했다. 그도 디지털 세대의 흐름을 따랐고 전자음도 많이 썼지만 장필순다움은 잃지 않았다. <저녁 바다>는 고 조동진이 생전에 작사한 곡이다. 조동진 부부는 생전에 제주에 살았다. 아내 김남희는 경기도 고양으로 이사간 지 얼마 안 돼 세상을 떠났다. <낡은 앞치마>는 그녀에 대한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