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누계 150만부 판매!’ 새 표지로 갈아입은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의 띠지에 쓰인 홍보 문구다. 그 150만부를 가능케 한 박력 넘치는 첫 작품이 바로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이 소설은, 시리즈 후속작인 <내가 죽인 소녀>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와 102회 나오키상을 하라 료에게 안겨주었다. 한국에서는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가 최근 출간되었다.
사와자키는 중년 남성이다. 도쿄 도심인데도 허름한 탐정사무소가 그의 자리다. 어느 날 사와자키를 찾은 남성은 어느 르포라이터에 대해 물은 뒤 20만엔의 현금을 남긴 채 사라진다. 이후 르포라이터의 행방이 도쿄 도지사 저격 사건과 이 모든 일이 맞물려 있음을 알게 된 사와자키는 점점 덩치를 불려가는 사건의 핵심으로 향한다. 하라 료 스타일의 하드보일드 소설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탐정 사와자키라는 캐릭터를 소개하는 이 소설을 읽는 재미라면, 레이먼드 챈들러를 연상시키는 우수에 찬 통찰이 있다. “직업상 서로 기쁨을 나눌 수 없는 사람들의 배반을 보는 건 일상다반사지만 괴로움 또한 서로 나누지 않으면 치유되지 않고 오히려 커지는 모양이다.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굳이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의심받는 길을 선택한 여자의 마음을 나는 이해하려고 해보았다.”
하라 료는 사와자키의 파트너로 도쿄라는 도시의 도심, 무심코 걷다보면 야쿠자들과 어깨를 부딪히게 되는 동네를 짝지웠다. 고전 미스터리의 탐정과 하드보일드의 탐정의 차이점이라면, 전자가 ‘명탐정’을 내세우고 후자가 ‘탐정’에 만족한다는 데 있지 않을까. 사와자키는 사건에 연루된 그 누구보다도 ‘모르는’ 상태에서 헤맨다. 몸으로 맞부딪혀 다치고, 사건 관련자들로부터는 빈정거림을 듣는다. 그게 비열한 거리의 탐정이 살아가는 법이다.
무능한 형사
우수한 형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그래도 오히려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지 내 주위에 무능한 형사는 많지 않으니까.(2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