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텍스트가 전무한 그림책을 얼마 만에 본 건지 모르겠다. 아니, 그림만 있다고 해도 읽었다고 쓰는 게 정확하겠다. 안녕달 작가의 <안녕>은 읽어내야 하는 그림책이다. <안녕>은 소시지 할아버지와 그의 반려견의 생애를 그린 그림책이다. 소시지 할아버지가 탄생하고(사실 그의 정체가 소시지이고 할아버지라는 것을 두 번째 읽을 때에서야 주름을 보고 알았다), 그가 버림받은 강아지를 만나고 함께 살고 또 헤어지는 과정이 아주 느리게 펼쳐진다. 그 쓸쓸한 서정성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 같지만 <안녕>은 아이들이 읽었을 때 더 직관적으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그림책이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림에 편견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의 눈으로 봤을 때 더 서사가 잘 읽히기 때문이다. 앞에 썼지만 <안녕>에는 텍스트가 없다. 어른이나 아이를 위한 그림책에서 그림이 글을 설명하기 위한 보조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안녕달 작가는 오직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독자가 천천히 그것을 읽어내도록 하는 새로운 모험을 시도한다. 그것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것 같지만 장마다 그림의 속도감 또한 다른 것도 특이하다. 1장에서 소시지 할아버지의 탄생은 컷과 컷의 분할로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소시지 할아버지와 개가 함께 사는 따뜻하고 귀여운 일상은 그들의 소중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듯 그림도 느리게 흘러간다.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누군가와 함께해 행복할 때 더 느리게 흘러가길 바라게 된다. 소시지 할아버지의 시간 역시 그렇다. 책 어디에도 “강아지가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어요”, “할아버지는 슬퍼하고 있어요”라고 써 있지 않지만, 그 그리움과 슬픔의 감정은 그림에서 온전히 만져진다. 할아버지와 강아지의 귀여운 그림이 뒤로 갈수록 일생, 죽음, 우주로까지 확장되며 하나의 서사가 완성된다. 그림만으로 구성된 완벽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