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할래. 말할 때마다 마음이 아파.” 기차역에 버려진 어린 시절의 기억을 시작으로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가 겪었던 고초를 술회하던 박차순 할머니는 이내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을 삼킨다. 중국 지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노년을 기록한 한·중 합작 다큐멘터리 <22>는 20만명에 육박했던 피해 인원이 2014년 촬영 당시 단 22명밖에 남지 않았던 상황을 제목에 담았다. 사라져가는 이들에 대한 염려를 기록 행위로 승화시킨 궈커 감독은 각기 다른 22명의 사연을 찾아 중국 전역을 돌아다녔고, 4명의 주요 인물을 선정해 그들의 현재를 끈기 있게 수집했다. 가만히 앉아 무상한 시간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말년의 삶. 정물처럼 화면 한쪽에 자리잡은 채 오래도록 미동 없는 그 자태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이들이 지나온 세월의 무게를 어렴풋이나마 체감하게 된다. 고통스러운 내레이션 사이로 자극적인 재연 장면이 아닌, 긴 시간 할머니들의 손때와 냄새가 밴 집안의 살림살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영화다. 국경을 초월한 인간의 도리로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촉구하는 <22>는 스러져가는 할머니들의 시간 아래로 피어나는 새로운 세대들을 향해 뻗어나간다. 올해 첫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개봉한다. 중국위안부문제연구센터의 7월 통계에 따르면 22명 중 생존자는 이제 겨우 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