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국제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선정된 카를로 샤트리안과 마리에트 리스벡(왼쪽부터, 사진 베를린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가 라인업을 발표하며 영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요즘,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는 새로운 집행부를 필두로 조직 재정비에 들어갔다. 지난 6월 22일 베를린에서는 영화제의 미래를 이끌 차기 집행위원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유력한 집행위원장 후보였던 로카르노국제영화제의 수장 카를로 샤트리안과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 위촉위원회 일원인 마리에트 리스벡이 영화제를 공동으로 이끌게 된다는 소식이 발표되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리스벡은 독일의 영화진흥위원회 격인 ‘저먼 필름스’의 해외 담당관으로 재직 중인 인물로, 베를린영화제를 이끄는 첫 여성 수장이 됐다. 향후의 영화제에서 예술 부문 업무는 샤트리안이, 행사 조직 업무는 리스벡이 맡을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독일 영화인 79인의 공개서한 서명 사건 이후 베를린영화제의 미래는 세간의 관심사였다. 공개서한을 통해 독일 영화인들은 베를린영화제의 혁신과 차기 집행위원장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었던 만큼 앞으로 베를린영화제를 이끌 차기 집행부에 거는 독일 영화인들의 기대가 크다. 1971년생이며 토리노 출신인 샤트리안은 2012년부터 로카르노국제영화제를 이끌며 예술과 상업영화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 능하다는 평을 받는다. 영화평론가인 그는 국제적으로 인맥이 다양하다. 리스벡은 대중적 인지도는 크지 않지만 오랫동안 독일영화계의 실무를 맡아왔던 인물로, 샤트리안과 마음이 잘 맞는 사이라고 한다. 이들이 베를린영화제의 질적 수준과 양적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이들이 전면에 나설 2020년 베를린영화제의 모습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