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섬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대륙의 한쪽 끝, 한반도에 속해 있지만, 북한으로 왕래가 불가능해 육로로는 국외로 갈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제 육로로 유럽을 갈 수 있는 시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그랬다. 한편, 국내외의 섬을 여행하거나 관련한 글을 읽다보면 언제나 ‘본토’, ‘육지’와 섬을 나누어 특징을 말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일본이나 영국은 본토 자체가 섬 아닌가? 이것은 지도나 지구본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일이 익숙한 이들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의구심인 모양이다. 유디트 샬란스키는 <머나먼 섬들의 지도> 서문에서 같은 말을 한다. 모든 섬은 작은 대륙이고, 대륙은 거대한 섬일 뿐이라고.
<머나먼 섬들의 지도>는 조금 더 생각했다. 모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 나라의 지도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지도에서 ‘별도의 작은 상자’에 넣는 그런 섬들 말이다. 섬의 고유 축척은 함께 표기되지만, 실제로 이 섬이 어디에 있는지는 지도로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칠레의 이스터섬이 대표적인 곳인데, 칠레로부터 3690km, 타히티로부터 4190km, 로빈슨크루소섬으로부터 2970km 떨어져 있는 이 섬은 애초에 어떻게 인간이 여기까지 왔는지 자체가 의문이다. 그런데 알려져 있다시피 이곳에 거석 문명이 발달해, 지금 이스터섬은 날씨가 좋아야만 가닿을 수 있는, 이스터 거석상들의 섬이 되었다. 한때 1만명의 주민이 있었으나 주민은 점점 줄어들었고, 이제 이곳에는 단 한 그루의 나무도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섬의 원주민인 라파누이인들은 섬을 ‘세계의 배꼽’이라는 뜻의 ‘테피토오테헤누아’라고 불렀다. 실제로 둥근 지구 위 어느 곳이든 그곳은 세계의 배꼽이 될 수 있기도 하고. 해외 식민지를 개척하려고 떠난 모험가와 정복자들이 물이나 식량을 얻기 위해 잠시 정박하는 정도였을 작은 섬들이 많지만, 이오지마나 세인트헬레나섬처럼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도 있다. 유디트 샬란스키는 때로는 섬의 주인공을 인간이 아닌 동물로 내세운다. 이런 글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있는데, 샬란스키는 이 책의 섬들을 직접 가보지 않았다. 그야말로 학자들의 연구, 모험가들의 일기가 자양분이 되는 셈이다. 오스트레일리아령인 크리스마스섬에서는 해마다 11월이면 1억2천만 마리의 게들이 짝짓기를 위해 바다로 향한다. 그러면 섬에는 빨간 양탄자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노랑미친개미들이 나타난다. <머나먼 섬들의 지도>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품은 섬 132곳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