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잇단 죽음을 계기로 ‘시간이 없다’며 생각을 정리한 (소설이 아닌) 글을 쓰겠다는 것이 서머싯 몸의 <서밍 업> 집필 이유다. 1874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서머싯 몸은 대표작으로 꼽히는 <인간의 굴레>(1915), <달과 6펜스>(1919)를 1910년대에 집필했고, <서밍 업>은 1938년에 발표했는데, 이후 <작가 노트>(1949)를 펴냈고, 1965년에 사망했다. 그가 작가로 펴낸 첫 희곡이 1903년의 <덕망 있는 사람>이고 50년대 초반까지 단편집을 묶은 점을 감안하면, <서밍 업>은 서머싯 몸의 작가 커리어 중·후반의 책이 되는 셈이다. 본인이 예상한 것처럼 말년의 작품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막판에 가서야 비로소 이제 인생의 구도에서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다든가, <타임스> 부고란을 보면 60대가 가장 건강하지 않은 나이대로 보인다고 하지만, 어쨌든 그에게는 30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글을 쓰던 당시에는 남은 생이 얼마나 될지를 알 수 없었고, 살아서 쓰는 자신의 작품과 생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머싯 몸이 어느 정도 수위의 프라이버시를 노출하고자 했는지는 자못 흥미로운 데가 있다. 예컨대 그는 “자기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려는 사람들조차 허영심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모든 진실을 세상에다 말하지 못”한다며 솔직하지 못함을 비판하는 듯하지만, 성생활에 대해 굳이 썼던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을 견지한다. 그렇게 서머싯 몸이 언급을 회피한 프라이버시는 10년 정도 결혼 생활을 했던 시리 웰컴과 동거 기간에 낳은 딸을 자기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유산을 물려주지 않고자 애쓴 것이나 독신이 된 후 19살 연하의 남자 비서와 동성애 관계였던 것 등이 있다. 자기변명을 구구절절하게 10페이지 넘게 쓰고서야 본론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느리게나마 전개된다는 것이 서머싯 몸답다고 해야 할까.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소설 세계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그 자신에 관련한 사생활을 어느정도 제하고 고백록을 쓰겠다는 말이니까. 그의 소설에 등장한 남자주인공들이 어지간히 작가 자신과 닮아 있었음을 새삼 알게 된다. 서머싯 몸이 자기 문장을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필사가 창작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그의 생각 등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꼭 인용하고 싶은 책 속 문장을 남긴다. “예술가의 설교는 그가 설교하고 있다는 생각이 없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서밍 업> 예술가의 창작론
글
이다혜
2018-07-09
<서밍 업> 서머싯 몸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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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예술가의 창작론 <서밍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