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는 아이돌 그룹의 새 장을 열었다. 작곡 가능한 아이돌, 힙합 아이돌을 히트시켜 인형 같은 아이돌, 고분고분한 아이돌을 철 지난 유행으로 만들었다. 빅뱅으로 선보인 대담한 행보는 투애니원으로 이어져 보이그룹에 이어 걸그룹에도 새바람이 불었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귀여움에 열광하던 대중이 취향을 바꿔 ‘중성’, ‘걸크러시’ 키워드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시 고전적인 아이돌로 선호도가 역전됐지만 그때의 파격은 두고두고 K팝 역사에 회자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전략도 재탕하면 진부해진다. 블랙핑크는 ‘힙합과 센 언니’라는 YG의 과거 성공 전략을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투애니원과 너무 유사해 신선함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방향은 비슷해도 디테일은 달라야 하는데 창법, 뮤직비디오, 작곡가까지 유사해 투애니원 음악을 다른 가수가 부르는 느낌까지 든다. 신곡 <뚜두뚜두>를 들으면, 데뷔때부터 지적된 이 문제를 이번에도 해결하지 못했다. 힙합에 강한 테디와 EDM에 강한 알티가 만나 훌륭한 퓨전을 보여줬지만, 랩과 노래는 씨엘과 박봄을 떠올리게 하고 가사 캐릭터도 투애니원과 유사하다. 지금의 걸그룹이 귀여움에 올인하는 걸 감안하면 블랙핑크가 대안 내지 특별함으로 다가와야 하는데, 모방된 원본이 자꾸 떠올라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진다. 차별화는 디테일에 있다. 방향은 좋지만 개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