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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펜션> 익숙한 장르문학 단편모음집 같은 영화
김소미 2018-06-27

일상의 바깥을 보장하는 공간은 매력적이다. 약간 음산한 이미지가 가미된다면 더 좋다. 무수한 미국영화에서 고속도로 모텔을 배경으로 온갖 일들이 펼쳐지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더 펜션>의 장점 또한 제 발로 외딴 펜션을 찾은 인물들에게 장르적 상상력을 덧씌울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재덕(조재윤)이 운영하는 교외의 펜션을 무대로 네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았다. 첫 번째 <신경 쇠약 직전의 여자>에선 아이를 잃은 부부가 청산가리를 들고 펜션을 찾는다. 두 번째 <숲으로 간 여자>는 매년 펜션을 찾아 숲속에서 은밀한 만남을 즐기는 아내와 그의 남편이 등장하고, <산속에 혼자 사는 남자>는 주인 재덕이 늦은 밤 다짜고짜 방을 달라고 우기는 자영(신소율)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범죄물이자 멜로드라마다. 마지막 <미래에서 온 여자>는 펜션을 임시로 관리하게 된 인호(이이경)가 손님의 분실물 때문에 겪는 해프닝을 그린다. 제목이 가리키듯 제각기 미스터리한 사연을 지닌 핵심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익숙한 장르문학 단편모음집 같은 영화다. 공간이 갖는 뉘앙스가 층층이 쌓여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가 더해지는데, 특히 <산속에 혼자 사는 남자>는 낯선 타인과 부딪치는 상황에서 생기는 오해와 아이러니를 조율하는 솜씨가 매끄럽다. 다만 웃음과 긴장, 이야기의 밀도에 비해 두 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은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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