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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영화②] 미국, 러시아 등 한반도 바깥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 관련 영화들
김소미 2018-06-27

한정적인 동시에 분열적인

<어떤 나라>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미스터리하고 고립된 국가다.”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작한 <북한 잠입 취재기>(2008)를 여는 첫마디다. 이 영화는 세계에서 가장 접근이 제한된 나라, 북한의 이미지를 담겠다는 서방세계 필름메이커들의 도전 의식이 잠입 취재 형식으로 발현된 대표적인 사례다. 감독인 디에고 브뉘엘은 배우로 위장했고, 통신원인 리사 링은 의료팀을 대동해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갔다. 북한에 대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관심은 올해 재점화됐다. 북-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6월 10일,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북한의 주요 외교 행보를 연대기 형식으로 정리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노스 코리아: 경쟁에서 평화로>(2018)를 자사 채널을 통해 처음 공개했다.

북한의 선전 영화는 해외 인력과 합작하는 형태로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데, 러시아 감독 비탈리 만스키의 <태양 아래>(2015), 스페인 감독 알바로 로고리아의 <프로파간다 게임>(2015)은 그 흐름속에서 카메라에 담기는 허상과 실체의 간극을 반성적으로 고민하는 작품이다. 두 영화 모두 북한의 지원을 받고 촬영을 시작했으나 어느새 세트장과 다름없는 평양의 면면을 폭로하는 것으로 방향을 튼다. 그외에 일반적으로 해외영화에 담긴 북한의 모습을 찾기 가장 쉬운 장르는 고발형 다큐멘터리다. 국내 개봉작 중에는 탈북자 12명의 증언을 담은 영화 <김정일리아>(2009)가 대표적이다. 탈북자들의 망명기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미국 다큐멘터리 <서울 트레인>(2004)에는 2002년 당시 한국에서도 크게 보도된 바 있는 ‘김한미 스토리’가 포함돼 있다. 당시 생후 2년4개월이던 김한미양과 일본영사관 진입에 실패한 어머니가 중국 공안들에 끌려가는 모습이 담긴 것이다. 칼라 가라피디언 감독의 <비밀 국가의 아이들>(2011)은 버려진 북한의 고아들에 초점을 맞춰 북한 정부의 인권 의식과 부의 편중을 고발한다. 선진국의 다큐멘터리 카메라 속에서 북한 시민은 극심한 빈곤 속에 놓여 있거나 탈출을 위해 국경선 위에 서 있다. 장르영화는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을 더욱 적극적인 악역으로 그린다. 안톤 후쿠아 감독의 <백악관 최후의 날>(2013)에는 백악관을 초토화시킨 북한 테러리스트 집단이 나온다. <007 어나더 데이>(2008)도 비슷한 선례를 남긴 적 있다.

그러니 대니얼 고든 감독의 다큐멘터리들이 환영받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고든 감독은 1966년 이탈리아를 꺾고 런던월드컵 8강에 진출한 북한 천리마 축구단의 이야기를 담은 <천리마 축구단>(2002), 북한 전승기념일 매스게임에 참가하는 두 친구를 중심으로 중산층의 일상을 담은 <어떤 나라>(2004), 냉전 당시 DMZ에서 근무하다 북으로 망명한 군인이 유명 배우로 변신한 실화를 다룬 <푸른 눈의 평양 시민>(2006)을 연이어 만들었다. 북한 소재 영화 중 아마도 가장 과격한 코미디일 <더 인터뷰>(2014)에 관한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세스 로건이 감독, 각본, 주연까지 맡은 이 영화는 김정은 위원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떠나려는 토크쇼 사회자와 프로듀서에게 암살 제의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다. 북한을 제대로 도발한 <더 인터뷰>는 소니 해킹 사건과 개봉 취소, 오바마 대통령 정면 대응 선포가 맞붙으면서 정치 대결로까지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올해 5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2년간의 계획과 협상 끝에 최근 몬티 파이튼의 주역인 베테랑 방송인 마이클 폴린이 평양을 다녀온 것이다. <마이클 폴린 인 노스 코리아>에서 폴린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시기 평양 시민들의 생활을 밀착 취재하고, 백두산을 오르는 모습도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다큐를 통해 내가 새롭게 눈을 뜰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처럼, 다른 사람 모두에게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화의 문틈이 열린 2018년을 기점으로, 우리는 북한을 새롭게 바라본 영화를 만날 수 있을까. 어쩌면 바꿔 말해볼 수도 있겠다. 북한은 우리에게 조금씩 전에 없던 민낯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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