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주변으로부터 ‘결혼자금’을 모으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 하지만, 비혼을 결심했다면 돈은 더 중요해진다. 돈을 모으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는 가정에 비해 소득은 적고, 결혼을 이유로 양가 부모에게서 주거 비용을 도움받는 일도 거의 불가능하고, 자녀 교육비 등 목표가 확실하지 않으니 돈을 쉽게 써버린다.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일도 거의 없어서 사실상 세금을 더 내는 셈이 된다. 게다가 여성이라면, 경력이 비슷한 남성보다 급여 수준이 낮고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것이 한국 사회의 평균이므로, 모을 만큼의 돈을 마련하는 일 자체가 고통처럼 느껴진다.
윤경희의 <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와 공아연의 <1인 가구 돈 관리>는 비혼을 염두에 둔 여성의 ‘선택과 집중’이 어떤 방향성을 지녀야 하는지 고민하는 책이다. 최근 언론에도 보도된 ‘탈코’ 바람은 여성의 돈 씀씀이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파마, 염색, 커트 비용에서 시작해 각종 화장품과 매니큐어, 계절 바뀔 때마다 사는 옷이며 신발 등에 들어가는 비용 말이다. 여성의 꾸밈을 사회적 예절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바꿔간다면, 그만큼의 돈이 굳는다는 뜻. 여성의 재테크에서 꾸밈 비용 관련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기에는 ‘티끌 모아 태산’인 신용카드 명세서에 매달 치이고 있지 않은지?
<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는 노후 대비에, <1인 가구 돈 관리>는 혼자 살기에 초점을 맞춘 책이니 본인의 상황에 맞게 읽어보면 좋겠다. 이런 방향성의 차이 때문이겠지만, 전자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후자는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말한다. 즉, 몸이 건강하고 일할 수 있을 때 최고의 재테크는 ‘몸값 올리기’ (혹은 수입원 다각화하기)고, 나중까지 생각한다면, 돈이나 지위에 휘둘리지 않고 어울릴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의 소중함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다. 한 가지만 조언을 덧붙이면, 소득이나 자산 규모는 가족에게는 가능한 한 알리지 않는 편이 좋다. 독신여성이 가족 내에 있을 때 그녀의 돈을 공용자산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비극적일 정도로 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