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군 관동마을. 모름지기 이 마을의 이장이라면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개 있는지?’ ‘혹여 어르신 혼자 적적하지는 않은지’ 두루 살필 수 있는 인성은 기본이다. 동네 청년 용득(지대한)은 그렇게 일평생 묵묵히 일해온 마을의 오랜 이장(동방우)의 뒤를 따르며 궂은일을 마다지 않았던 차기 이장 후보감이다. 하지만 막상 결정의 날이 오자, 마을 사람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정치인 만수(백학기)를 밀어주려 한다. ‘에어컨 설치’를 보장하는 만수의 공약은 매력적이다. ‘에어컨보다는 부채가 역시 최곤기래요’라며 정을 나누어온 용득의 순박함이 주민들에게도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참외향기>는 용득과 만수의 선거전을 통해 어떤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인가 가치판단을 이끌어나가는 영화다. 오직 선거에서 이기려는 만수는 용득의 학업성적표까지 떼어와 면전에서 그를 핀잔주는 비방선거를 펼치지만 용득은 능력 있는 만수가 오히려 자기보다 이장에 적합하다고 심정적 동의를 하는 성질의 사람이며, 영화는 이런 용득의 ‘진정성’이야말로 리더가 가져야 할 가치라는 걸 설파한다. 물론 현실의 선거전이 그렇게 단순히 용득의 ‘착한 심성’과 만수의 ‘나쁜 야욕’으로 이분화되지는 않으며, 후보자의 심성만이 그의 능력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소박한 드라마로만 설득되기에는 더 복잡하게 점검되어야 할 것이 많다. 선거이건 영화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