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늙고, 죽는다. 아직 젊은 정신과 늙은 육체 사이에 모순이 존재한다. 이 고민을 나보다 10여년 앞서 한 일본 소설가 가쿠타 미쓰요(1967년생)는 운동을 열심히 해 마라톤 완주를 했고, 돌아가신 우리 외할머니보다 더 나이가 많은 드라마 <오싱>의 작가 하시다 스가코(1925년생)는 여력이 있는 동안 신변정리를 하며 안락사를 원한다는 글을 발표했다. 이 두사람이 쓴 책이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와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다.
일본에는 슈카쓰(終活)라는 단어가 있다. 임종을 준비하는 것인데, 묏자리를 보는 여행을 떠나는 일이 드물지 않아졌고, 미리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신변을 정리하는 등의 일을 한다. 치매 등으로 의식이 흐려지면 그때 가서 할 수 없는 결정을 미리 내린다. 말처럼 쉽지 않다. 90살이 되기 직전까지 방송 대본을 썼다는 하시다 스가코는 남편이 30여년 전에 먼저 사망했고 자녀는 없다.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의 초반은 젊은 시절에 대한 회고가 주를 이루지만 뒤로 갈수록 죽음을 준비하는 내용이 많아진다. 심정지가 왔을 때 응급차를 부를 것인지, 음식을 먹을 수 없을 때 위에 관을 삽입할 것인지, 연명치료를 할 것인지 등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살아 있다고 판단할 것인가를 따진다. 그런데 대단하다. 하시다는 매일 200그램의 고기(단백질)를 챙겨먹고, 매년 종합건강검진을 받는다. 운동도 열심히 한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말은 열심히 산다는 뜻임을 이렇게 명료하게 보여주는 경우가 또 있을까.
요는 살아 있는 동안은 건강해야 한다는 말이다. 살아 있는 동안은 즐겁게. <종이달>을 쓴 가쿠타 미쓰요의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는 그런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 가쿠타는 말로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헬스클럽에 등록하면 8년 정도는 그냥 꾸준히 다닌다(일주일에 한번). 게다가 처음 출전한 풀코스 마라톤이었던 도쿄마라톤에서는 화장실에 가거나 무엇을 먹지도 않고 완주했다. 6개월 뒤에는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나하마라톤에 참여했다. 등산로를 달리는 트레일 러닝도 했고(마라톤과 근육통의 위치가 다르다고), 산에서 나이트 하이킹도 했다(오감이 발달하는 기분이 든다고). 마지막에 보르도에서 카눌레와 크루아상을 받아먹고 원하는 코스튬을 입고 와인을 마시며 비를 맞으며 달린 메독마라톤 체험기가 실려 있는데, 정말 힘들어 보이고 그보다 더 즐거울 순 없어 보인다. 사실 즐거운 대로 살고 있을 뿐 아닙니까? 작가에게 웃음을 섞어 슬며시 묻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