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는 독서 행위가 마냥 즐거우면 좋겠지만 때로 그것은 타인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 그것을 내 피부로 느끼는 과정이다.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은 여러 가지로 독자를 괴롭게 하는 소설이다. 아름다운 표지에 속아 대만의 로맨스 소설로 착각하고 펼쳤다가는 한 문장을 건널 때마다 불에 달군 돌밭에 서 있는 듯한 고통을 느낄 것이다. 13살 소녀 팡쓰치는 50살의 문학 강사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 당한다. 다정한 이웃과 가족, 친구가 있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손 내밀어주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날뛰지 않는 정제된 문장은 작가의 손으로 조탁되었을 것이고 쓰는 괴로움은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고통의 기록이다. 이스라엘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의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역시 탄생부터 성장, 삶이 고역이었던 한 인간의 괴로운 자기 고백이 빼곡히 담긴 소설이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공연을 형식으로 한 이 소설은 한 남자가 괴로웠던 자기 삶을 반추하며 고통과 마주서는 이야기다. 밀리터리 SF소설 <프린테라>는 ‘프린테라’라는 낯선 행성이 배경이다. 작가는 현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ㅈ먼 미래의 우주로 상상력을 확장시키지만 익숙한 SF의 소재들을 오마주했다. 창비 시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에서 엮은 시선집 두권도 고독 속으로 마음을 침잠시키는 시집이다. 이별시를 묶어낸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와 아버지를 주제로 한 시들을 묶은 <당신은 우는 것 같다>는 상실을 애도하는 시어들의 묶음이다. 그리워하고 잊고, 또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일이 산다는 것의 증명임을 오래된 시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당신의 손을 잡는 것/ 아름다운 모든 것을 만나는 것/ 감춰진 악을 주의 깊게 막아내는 것.’ - <산다> 다니카와 타로의 시도 수록 되어 있다.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5월의 책
글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최성열
2018-05-22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프린테라>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당신은 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