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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국제영화제 개막작 <에브리바디 노우즈>는 어떤 영화?
송경원 2018-05-10

<에브리바디 노우즈> 포스터.

“이란과 스페인 사람들은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란 내부의 모순적인 상황을 연극의 무대로 활용해온 아스가르 파라디는 신작 <에브리바디 노우즈>에서 새로운 장소로 무대를 옮겼다. 스페인카스티야 지방의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납치극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아스가르 파라디의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국의 독자적인 정서에 기대기보다는 보편적인 윤리와 인간성을 통찰한다. 전작 <세일즈맨>이 미국의 희곡을 이란이란 낯선 환경에 이식했다면 이번에는 정반대로 진행된 케이스다.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는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이들과 고향에 방문한다. 하지만 떠들썩한 잔치 중에 딸이 납치당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옛 연인 파코(하비에르 바르뎀)를 중심으로 한 일가족의 과거가 드러난다. 건조한 분위기 아래 부조리극의 구조가 도드라졌던 전작에 비해 상징적인 연출과 미적 배치, 드론 촬영 등 새로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등 스타일적인 변화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극적인 상황을 배경 삼아 인간성을 고찰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흔들리지 않는다. 스페인 사람 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모두에게 해당될 도덕성과 책임감에 관한 질문이다.

매체 반응은 전반적으로 싸늘하다. 기자 시사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언론 반응을 미리 보고 싶어 하지 않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프랑스 매체 르 피가로는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잘못된 선택’이라며 아쉬움을 표했고 할리우드 리포트는 ‘<하몽하몽>(1992)의 기시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버라이어티 역시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다. 전작의 제목을 그대로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며 혹평을 보탰다. 이 영화가 전작의 연장에 서 있는 건 사실이다. 동시에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도 있었던 것 같다. 가족, 계급, 억압 등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즐겨 사용하던 재료는 여전하지만 장르적 터치는 훨씬 선명하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마치 유럽을 돌아다니던 우디 알렌처럼 다른 공간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자아낸다. 재능 있는 감독이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공간에서 변화를 감지하는 작업은 언제나 흥미롭다. 감독 본인은 우연의 결과라고 선을 그었지만 몇몇 매체에서는 일본에서 <사랑에 빠진 것처럼>(2012)를 찍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과 비교하기도 했다. 불행한 사건을 중심으로 캐릭터들의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는 구성은 도덕에 관한 질문과 결합해 스릴러 영화의 긴장과는 또 다른 불안을 자아낸다. 다만 안타깝게도 가족 드라마와 결합된 폭로와 결말이 전작만큼 효과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여전히 틀에 박힌 장르보다 훌륭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특히 초반 20분 납치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장면들은 교회종탑을 중심으로 한 상징적인 이미지와 미장센 덕분에 집중력을 발휘한다.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의 연기는 캐릭터 이상의 몫을 해낸다. 그들의 우울은 손에 만져질 듯 선명한데 대부분 배우 스스로의 표현력에 기대고 있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명확한 주제와 접근법을 가진 채 약간의 변화를 시도했다. 부분적으로는 변화들이 한데 뭉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놀랍진 않아도 실망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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