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기분에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다분히 복고풍인 일본 음악가들의 흥겨운 멜로디. 시티 팝이라는 ‘장르’는 음악을 한참 들은 다음에야 인지하게 되었다. 시티 팝 저술가이자 전문 기자 기무라 유타쿠는 <디스크 컬렉션: 재패니즈 시티 팝>에서 이 장르를 1970년대와 80년대, 일본에서 발생한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도시형 팝 음악’으로 정의한다. 일본의 80년대는 버블 경제 붕괴가 다가오기 전, 아무리 흥청망청해도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머지않았다는 환상의 시절이었다. ‘흙수저’ 같은 단어가 일상과 맞닿은 한국 젊은이들은 겪어보지 못한 삶이지만, 당시 음악이 다시 플레이리스트에 오르고 디제이들의 믹스테이프에 반영된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이 장르의 대부 다쓰로 야마시타가 1982년 낸 《For You》는 시티 팝의 걸작이다. 여전히 명곡으로 추앙받는 <Sparkle>과 <Morning Glory>도 이 음반에 있다. 내 중·고교 시절은 막 일본 문화를 개방한 시절과 겹친다. 그들의 80년대와 90년대 문화는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어느 정도 향수로 남았다. 처음 그 노래들을 들었을 때 인지하지는 못하였으나, 시티 팝이 주는 긍정적인 성향과 부드러운 사랑의 멜로디는 확연히 통속적임에도 어쩐지 거부감이 없다. 훌쩍 나이 든 지금도 밤의 드라이브와 도시 생활의 여유로움, 걱정 없이 사랑을 속삭이는 시절을 향한 동경이 되레 강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