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국방부가 발간한 <한국전쟁기록사>에 따르면 “당시 사망 혹은 실종된 민간인이 76만명에서 110만명, 국군 사망 실종자는 27만여명이다”. <해원>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 뒤편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민간인 집단학살의 기억을 좇는다. 미 군정 아래 친일 인사가 군과 행정 당국의 주요 보직을 맡게 되면서 정책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민간인과 일부 좌익 세력들이 이유를 불문하고 무참히 학살을 당한다. 이 흐름은 한국전쟁의 발발 이후 더욱 가속화된다. 영화는 1946년 화순 탄광사건과 대구 10월항쟁을 시작으로 1947년 제주 4·3사건, 1948년 여순사건 등 전국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의 흔적들을 모아 하나의 모자이크로 완성시킨다. 끔찍한 푸티지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역사학자들과 조사위원회, 유족들과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이 느리고 우직하게 참상을 경유해 오늘날에 도달한다. 증언들 위로 펼쳐지는 이미지는 학살의 흔적이 지워진 2010년대 현재의 멀끔한 풍경들이고, 잔존하는 역사의 오점을 의식하는 순간 평온한 일상의 영역은 곧바로 애도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일체의 기교 없이 현장 중심의 인터뷰와 내레이션으로 채워진 다큐멘터리로 피해자의 후손들을 통해 현재의 흉터를 살피는 데에도 공을 들인다. <해원>은 폭력의 트라우마가 지역사회와 대한민국 정치사에 남긴 영향력을 끈질기게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