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에 수록된 <노찬성과 에반>은 버림받은 개에 에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돌보게 된, 할머니와 둘이 사는 소년 찬성의 이야기다. 둘이 만나는 곳은 고속도로 휴게소이고, 알고 보니 에반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그 둘의 애달프고 억장이 무너지는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은데, 어쨌거나 현실에는 노찬성도 에반도 너무 흔하다. 명절 즈음이 되면, 대한민국의 수많은 고속도로 휴게소나 국도변 슈퍼마켓에는 같이 살던 인간으로부터 버림받은 개가 드물지 않게 보인다(교통 정체와 더불어 명절 단골 뉴스가 되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귀여움’이 필요할 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린 개나 고양이를 클로즈업해 보여주며 사랑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만, 촬영이 끝난 뒤 그들이 어떤 운명에 처해지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하는 법이 없다. 촬영진 중 누군가가 입양하는 일도 있지만 매번 그런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라는 부제처럼, 소설가 하재영이 취재를 통해 써내려간 논픽션이다. 하재영 작가는 2013년 동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버려진 개들이 거쳐온 장소들과 그 개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알아보기로 했다. 하재영은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개농장, 도살장을 취재하고, 번식업자, 유기동물 보호소 운영자, 육견업자 등과 인터뷰를 했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우리의 삶은 동물의 희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동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우리는 반려동물의 경우에 대해서조차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 어디서 태어나는지, 어떻게 함께 살 가족을 찾게 되는지,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떤 조건을 ‘선호’하는지, 유기된 개들은 어떻게 되는지 혹은 식용 개 시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 책은 차분하게 보여주기를 택한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물을 참기 어려울 대목이 많다. 분노가 치솟는 것은 물론이고. 반려동물, 특히 반려견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이 사전에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기도 하다. 개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생명을 다루는 한국 사회의 사고방식을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