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얘기가 지겹다는 이들에게 우리가 들은 걸 어떻게 알려줄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나우 유 씨 미> 등으로 친숙한 프랑스 배우이자 감독인 멜라니 로랑과 환경운동가 출신 감독 시릴 디옹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내일>은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고갈, 물과 식량 부족에 대한 경고는 귀에 못이 박힌 레퍼토리다. 따라서 그들은 미래에 대한 공포를 부채질하는 대신, 지구와 후손들을 위해 덜 소비하되 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대안 공동체를 탐색하는 긴 여정은 10개 나라로 이어졌으며, 그 중 농업, 에너지, 경제, 민주주의, 교육 등 총 5개 분야에서 이미 완성 단계에 도달한 모범사례들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언뜻 별개로 보이는 이 다섯 영역이 실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분석 또한 환경다큐멘터리로서는 차별화된 통찰이다.
핵심은 인류가 지금껏 누려온 것들을 포기하자고 말하기보다 쉽게 착수할 수 있는 일들부터 우리 삶에 더해보자고 하는 데 있다. 예컨대 자동차 산업의 쇠퇴와 함께 몰락했으나 어느덧 식량 자급자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사례처럼, 도시에 살면서 텃밭을 가꾸는 일은 취미로서도 근사해 보인다. 부의 유출 방지와 마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행하는 보완 화폐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4천종이 넘는다. 고리짝 위인들 대신 록스타의 초상을 화폐에 새기는 식의 분방함도 매력적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3천명의 시민이 헌법 개정에 참여했다는 아이슬란드의 직접민주주의 실험은 개헌을 앞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외에도 <내일>은 시민의 67%가 자동차를 타지 않는다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활기차고 유유자적한 풍경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 1위에 빛나는 핀란드 정규교육의 위엄까지 아우른다.
생활양식의 변화를 역설하는 미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나 인도의 생태사상가 반다나 시바와 같은 명망가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값진 체험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내일>의 무게중심은 새로운 삶의 방식이 더 건강하며 재미있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한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과 공동체의 시도에 있다. 제작비 조달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도 전세계에서 1만266명이 참여했으며, 환경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으로 프랑스 개봉 당시 1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6년 세자르영화상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