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드가 컴백했다. 21년 만이다. 기념으로 1시간짜리 컴백 기자회견 풀영상을 다 봤다. 46분짜리 Mnet 다큐멘터리도 이미 시청 완료다. 덕분에 그들의 컴백 철학(?)과 향후 계획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 추억여행이 필요하다. 유튜브를 켜고 그들의 90년대 영상을 모조리 찾아봤다. 뮤직비디오는 기본이고 MBC <인기가요 베스트50> 라이브 영상을 여러 개 감상했다. 일찍 태어난 게 좋았던 적이 거의 없는데 이 순간 나는 부모님께 감사하다. 앞서 ‘추억’이라고 말했지만 정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솔리드에게는 ‘좋았던 옛 시절을 다시 맛봄으로써 얻는 정서적 치유’ 이상의 가치가 있다. 돌이켜본 솔리드는 ‘선구적’인 팀이었다. 예를 들어 <이 밤의 끝을 잡고>와 <어둠이 잊혀지기 전에>는 유영진의 <그대의 향기>와 함께 한국 R&B의 시초로 기록될 것이고, <Hiphop Nation>과 <Pass Me the Mic>는 비록 방송에서 활동하던 곡이 아니라 대중에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한국 힙합 역사의 의미 있는 한 페이지로 놓을 만하다. 아, 정작 신곡에 대해서 얘기를 안 했다. <Into the Light>는 새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사실 솔리드의 새 앨범에 실망을 표한 주변 사람이 좀 된다. 하지만 난 아니다. ‘새로운 옷을 입으면서도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 밤의 끝을 잡고>도 솔리드지만 <Into the Light>도 솔리드다. 나에게는 둘 사이의 연결고리가 보인다. 다시 솔리드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