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 Bad Company
감독 후루마야 도모유키. 일본 2001년
일본에서 학원폭력이 사회문제가 돼 군대식 통제시스템을 학교에 도입했던 80년대 초반의 한 시골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자기 생활보고서를 쓰게 하고, 그것을 기초로 모든 학생을 모범생과 낙오자로 나눠 교실 게시판에 명패를 붙인다. ‘정직함’을 강요하며 학생들의 인격 하나하나를 통제하는 학교에서, 자기 인격과 판단을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 사다토모와 그를 따르는 친구들은 담임교사의 표적이 된다. 80년대 중반 고등학생이었던 후루마야 감독은 탁 트인 시골 풍경과 억압적인 학교 환경을 대조적으로 배치하면서 성장의 그늘과 고통을 그들의 편에 서서 차분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그를 통해 전근대적 질서로 퇴행하려는 기성사회의 욕구가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그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넌즈시 말한다. 그게 호소력이 크다.
안양의 고아 The Orphan of Anyang
감독 왕차오. 중국 2001년
중국 근대화의 변방인 지방도시 안양을 무대로 급변하는 중국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두부 썰듯 냉정하게 잘라 보여준다. 한 창녀의 아이를 실업자가 데려다 키운다. 대신 양육수당을 매달 창녀에게 받기로 한다. 실업자는 창녀와 아이에게 연민을 느끼고서, 창녀에게 자기 집을 몸을 팔 장소로 제공한다. 집 밖 큰길에서 자전거를 수리하면서 여자가 남자를 데리고 집에 들어가는 걸 바라보고, 밤이 되면 그 집으로 퇴근하는 이 실업자의 사정이 기막히다. 여자가 몸 팔기를 그만두려 할 무렵, 아이의 아버지인 조직폭력배의 두목이 찾아온다. 폐렴에 걸려 죽기 전에 아이를 데려와 대를 잇겠다는 속셈이다. 정적인 화면에 롱테이크를 자주 쓰면서도 박진감을 잃지 않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첸 카이거의 조감독 출신인 왕차오의 데뷔작이다.
나비의 미소 Butterfly Smile
감독 허젠준. 중국 2001년
중국사회에 대한 또 다른 조감도로, <안양의 고아>의 이야기가 <초록물고기>와 유사하다면 이 영화는 소비사회의 징표로 관음증을 내세운 설정이 배창호 감독의 <적도의 꽃>을 연상시킨다. 모델 출신의 디자이너가 한밤중에 사람을 치고 뺑소니를 친다. 이 여자 남편의 부탁을 받고 여자를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던 사진사가 그 장면을 목격한다. 매일 밤 여자의 의상실 건너편 건물에 죽치면서 고성능 카메라로 여자를 지켜보는 사진사의 갈등은 복잡하다. 허젠준은 중국 6세대 감독답지 않게 플래시백과 극단적인 클로즈업 등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이지만, 지나간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향수로 영화의 결말을 맺는다.
악령 Demons
감독 마리 오하라. 필리핀 2000년
필리핀 네그로스 섬의 부잣집 딸인 니나는 어릴 때부터 마르코스 대통령의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학살과 복수극을 목격하고 자란다. 그 원혼들의 상징처럼 섬의 숲 안에 악령이 살고, 가끔씩 니나에게도 모습을 나타낸다. 그 와중에서도 니나는 온전한 의식을 갖고 성장해 마닐라의 대학에 가지만 이 섬의 비극적 역사로부터 벗어나질 못한다. 공포영화의 틀을 빌렸지만, 영화적 장치를 압도할 만큼 직설적으로 등장하는 마르코스 폭압의 현장에 대한 묘사가 영화에 독특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물고기와 코끼리 Fish and Elephant 감독 리위. 중국 2001년
코끼리 사육사인 한 레즈비언이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중국 안에서 만들어진 첫 레즈비언 영화.
파도 Wave 감독 오쿠하라 히로시. 일본 2001년
해변가 관광도시에서 만난 두명의 남자와 두명의 여자의 인연이 닿을 듯하다가 흩어진다. <타임리스 멜로디>의 오쿠하라 감독의 두번째 장편으로, 감정과 관계의 불일치점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슬픔을 안고 떠나다 Leaving in sorrow 감독 빈센트 츄. 홍콩 2001년
홍콩 반환 직전인 96년,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홍콩인 7∼8명이 삶의 좌표를 찾아가는 과정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았다.
잃어버린 계곡 The Deserted Valley 감독 팜 누에 지앙. 베트남 2001년
산골 오지의 조그만 학교 교사들이 개인적 애환을 이겨내며 학교를 꾸려간다. 베를린영화제에 진출해 베트남 영화의 존재를 새롭게 알린 작품.
미러 이미지 Mirror Image 감독 샤오야췐. 대만 2001년
교통사고로 손금 중 생명선이 사라진 남자의 여자 편력기에서 생명선이 문제로 부각된다. 손금과 운명에 대한 과신을 풍자한 코미디.▶ 2002 전주국제영화제
▶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회고전
▶ 크리스틴 버천 회고전 부문
▶ 아시아 독립영화포럼 부문
▶ 현재의 영화 부문
▶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 주간, 한국영화의 흐름
▶ 중국과 일본의 전쟁영화·어린이 영화궁전 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