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음식점, 연트럴파크의 활기가 가득한 젊은 거리 연남동에는 다소 이질적인 점집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이름하여 ‘미남당’, 거 참 자신만만한 점집의 간판 보소, 용하기로는 물론이고 8 대 2 가르마에 명품 슈트까지 차려입어 더 유명한 미남 박수무당이 이 점집의 주인 남한준이다. 점 보러 온 손님 엉덩이가 바닥에 닿기도 전부터 무슨 연유로 여길 왔으며, 현재 상황까지 소상히 꿰고 있는 이 점쟁이는 사실 신내림은커녕 사주도 볼 줄 모르는 사기꾼이다. 물론 말솜씨만으로 용하다는 명성을 얻기란 어려운 일, 예약 시 받는 전화번호와 이름을 통해 흥신소에서 손님 주변을 훑고, 전직 FBI 출신인 동생 혜준이 각종 SNS 신상털이를 통해 사전조사를 완료하여 한준 일당은 미리 상대의 소상한 프로필을 손에 넣고 상담을 시작한다. 그렇다고 사기만 치는 것이 아니니 이들을 악당이라 할 순 없다. 이 박수무당은 부적으로 상대의 마음을 다스릴 뿐 아니라 실제로 사건에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러니 단골손님들이 “아이고, 선생님” 하면서 그를 신봉할 수밖에. <미남당 사건수첩>은 젊은 감각의 점집을 배경으로 만화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코지 미스터리 소설이다. 맹랑한 캐릭터 소개와 유머러스한 문장 덕분에 웹소설처럼 술술 읽히는데, 한준 일당이 지하 하수구에서 불에 탄 시체를 발견하면서 범죄의 무게감이 훅 깊어지며 이야기가 확장된다. 연예계 비리와 마약, 정재계 배후에서 설계자로 자리하는 ‘임고모’라는 미신적 존재는 최근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장르의 속도감을 최대로 올려 이야기가 거침없이 달려나가면서 장면 장면이 영상처럼 눈앞에 그려진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수 조정치의 추천사대로 “이 소설이 곧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 같은 이유다. 정재한 작가는 카카오페이지 모바일 소설 공모전 대상 출신이다.
점쟁이와 프로파일러 사이
미래에 관한 질문은 어떻게 하느냐. 그 사람에 관해 조사한다. 생활 습관, 어떤 책을 읽는지,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 노래는 뭘 듣는지 등등. 아주 사소한 정보까지 싹 쓸어 모은다.
어떻게 이런 것들로 미래를 알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런 사소한 요소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격체와 삶을 형성한다. 세세한 면모들을 잘 파악해두면, 신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한준이나 당신이나 똑같이 그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타인의 앞날을 예측하고 자신의 기준을 토대로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는 점에서 지구상의 모든 이들은 점쟁이인 셈이다. 단지 한준의 분석이 일반인들보다 예리하고 날카로울뿐.(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