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보통 ‘집사’라고 불린다)들이 퍼트린 고양이에 대한 전설이 몇개 있다. 1. 고양이는 언제든 액체로 변신할 수 있다(도대체 거긴 어떻게 들어갔나 싶은 곳에 숨어 있음). 2. 고양이는 천하무적 밀당 천재다. 3. 고양이와 한번도 안 살아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살아본 사람은 없다. 4. 고양이의 파괴 본능은 집사가 소중히 여기는 물건 앞에서 특히 발휘된다. 5. 고양이는 하루 20시간은 잠만 자고(부럽다!) 4시간 정도 활동하는데 그 시간은 집사가 눈 좀 붙여보려는 늦은 밤이다. 그때 활기찬 활동을 시작한 고양이는 잠든 집사의 배를 우다다다 즈려밟는다. 이렇게 고양이의 특성을 백만스물하나 정도 열거할 수 있지만 팔불출 짓은 이쯤에서 그만해야겠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내 고양이의 예쁨이 너무 황홀해 각종 고양이 굿즈의 노예가 될 것이고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랜선집사’가 되어 남의 고양이 사진과 영상을 저장하며 그 쓸쓸함을 달래는 게 요즘의 세태이니 이러다 고양이가 전 지구를 지배하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최봉수 작가의 ‘뚱냥이’ 그림은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인기를 얻었고, 이후 이모티콘과 인형 등의 굿즈로도 발매되었다. 치즈냥, 카오스냥, 고등어냥, 턱시도냥 등등 다양한 뚱냥이 그림은 고양이 팬의 마음을 흐물흐물 녹여놓기 충분하다. 자신을 보호하고 싶을 때 한껏 몸을 웅크린 고양이를 ‘식빵자세’라 부르는데, 참을 수 없이 귀여운 식빵자세를 본떠 그린 <식빵 고양이의 비밀>의 그림을 보는 순간 나의 손은 이미 장바구니 버튼을 누르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의 진짜 식빵들 사이에 숨어 있는 식빵 고양이들의 그림을 보라. 포동포동 솜방망이, 폭신폭신 분홍젤리 손으로 음식을 서빙하는 <고양이 식당>의 고양이들은 또 어떤가. 이 그림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내 발치의 고양이 녀석도 오랜만에 고롱고롱 소리를 낸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피-이스 ☆.
오늘의 에피타이저는 캣닙입니다
“오늘의 아페리티프는 캣닙 그래스호퍼입니다. 우리 식당의 시그너처 칵테일이지요.” “저희 고양이 식당에서는 ‘크렘 드 망트’ 대신 직접 담근 개박하 리큐어로 만든 ‘크렘 드 캣닙’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