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패션과 비슷하다. 고작 몇년 지나면, 제법 과거처럼 느껴진다. ‘마감인간’ 필진인 배순탁 작가가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한 얘기가 떠올랐다. 예전에는 음악을 어떤 흐름대로 들었다면, 요즘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꽂히는 대로 골라 듣는다고. 며칠 전 오래 안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난 술자리에 합석했다. 그들의 유학 시절 얘기를 듣다가, 교집합 같은 이름이 나왔다. 10년도 더 된 과거 몇년간 열성적으로 참여한 블록 파티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파티의 첫 번째 개최지는 서교동 지하 1층에 자리한 ‘공중캠프’였다. 공중캠프는 일본 덥 밴드 ‘피시만즈’가 발표한 1996년 음반 제목에서 따왔다. 《1991-1994 - Singles & More》는 피시만즈가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발매한 싱글을 모은 편집 음반이다. 1987년 결성 이래, 피쉬만즈는 보컬과 기타를 맡은 사토 신지를 주축으로 몇번의 멤버 교체가 있었다. 덥 스탭, 앰비언트, 프로그레시브 록의 영향을 듬뿍 받은 멜로디에 사토 신지가 쓴 가사는 경쾌하면서 허무했다. 자신과 주변 이야기를 나긋나긋 읊으면서도 엉뚱한 은유에 공감하고는 했다. 피시만즈의 공식적인 활동은 1999년, 인플루엔자로 사토 신지가 사망하면서 끝이 났다. 2000년대 초반 《空中キャンプ》 음반을 듣고, 같은 이름의 카페 겸 바에서 파티를 열고, CD 플레이어로 듣던 시절은 지났다. 그래도 음악만큼은 남았다. 듣는 이가 존재하면 언제 어디서나 살아 있다. 단순하고 위대한 음악의 명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