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에 대한 다큐멘터리 <S is for Stanley> 속 에밀리오 달레산드로와 스탠리 큐브릭(왼쪽부터).
1999년 3월 7일, 미국 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그의 마지막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그가 떠난 지 19년이 지난 지금, 큐브릭의 유산이 세상과 다시 마주하게 됐다. 스탠리 큐브릭의 조수였던 에밀리오 달레산드로와 그의 아내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큐브릭에 관한 수집품들을 경매에 내놓기로 하면서다. 경매 물품에는 스탠리 큐브릭의 마지막 작품인 <아이즈 와이드 셧>의 클립 보드와 <샤이닝> 편집본 중 영화에서는 삭제된 푸티지와 소품들, 잭 니콜슨이 입었던 벨벳 재킷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영화 <풀 메탈 자켓>과 <시계태엽 오렌지>의 소품도 공개된다.
에밀리오 달레산드로는 영화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판의 ‘허드레꾼’이었다. 30년 전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현장에 합류하게 될 때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다. “한 이탈리아 남자가 1960년대 초, 꿈을 좇아 이탈리아를 떠났고 런던에 도착했다. 자동차 경주에 열정적이었던 그는 레이서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다가 찾게 된 것이 스탠리 큐브릭의 운전기사였다. 그다음으로 그가 한 일은 큐브릭 영화의 잡역부. 어느새 그는 ‘성질깨나 있는 감독’으로 유명했던 20세기 영화 천재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이탈리아 기자 페데리코 부파는 에밀리오 달레산드로와의 인터뷰를 통해 큐브릭과 함께한 그의 인생을 이처럼 담담하게 전한다.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톰 크루즈가 즐겨 찾던 카페 이름이 ‘에밀리오’인 만큼 큐브릭의 영화 곳곳에는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77살인 달레산드로는 스탠리 큐브릭을 사랑하는 영화광들을 위해 30년간 홀로 간직해왔던 수집품을 경매에 내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에 앞서 <스탠리 큐브릭 그리고 나>라는 저서를 출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