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나를 웃음짓게 했던 지난 한주를 돌아본다. 방북 인사의 음악 좌장에 윤상이 포함되자 분을 삭이지 못한,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애국자 한분께서는 역사 속 ‘윤’씨들을 뜬금없이 소환해 빨갱이의 후손 아니냐며 역정을 내셨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작곡가 김형석씨가 지적했듯 윤상의 본명은 이윤상인데. 어쨌든 저 애국자 덕분에 윤상을 다시 생각해본다. 우선, 국내 포털 사이트 중 정기 결제를 끊은 곳으로 들어가 ‘윤상’이라고 이름을 쳐보라. 앨범들이 쭉 나올 텐데, 그중 《YoonSang 20th Anniversary》라고 써 있는 것을 클릭하면 된다. 이 음반은 박스 세트다. 9장의 앨범, 18장의 CD다. 오리지널 앨범과 사운드를 업그레이드한 리마스터링 버전을 함께 수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마스터링은 과거의 소리를 현재에 맞게 더욱 생생한 톤으로 작업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이 박스 세트는 현재 구할 수가 없다. 물론 나는 발매되자마자 구입했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리마스터링 버전 전체를 여러분은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으니까.
1990년대 우리 가요의 ‘레코딩 발전’에 있어 혁혁한 공을 세운 뮤지션으로는 총 3명을 꼽을 수 있다. 고 신해철, 이승환 그리고 윤상이다. 윤상의 음악에는 탁월한 멜로디와 환상적인 사운드가 모두 담겨 있다. 이런 그가 현송월과 함께 걸어나오는 사진을 바라본다. 현송월 옆에 일반 관료가 있었다면, 뭐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그런데 윤상이라니, 진짜로 뭔가가 변하고 있구나 싶은 요즘이다. 하긴 우리나라 정치에도 이젠 제대로 된 리마스터링이 많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