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더 크게 만들어!” 고철을 조립해 자체생산 로봇을 만든 적 있던 신참 조종사 아마라(케일리 스패니)가 불미스러운 일로 훈련소에서 쫓겨나는 순간,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동료가 작별 인사 대신 외치는 말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한 전작 <퍼시픽 림>(2013)은 크기가 거의 모든 것을 말하는 영화였고, 후속작 <퍼시픽 림: 업라이징>은 이를 의식한 듯 더 크고 날렵해졌다. 밝은 태양광 아래서 펼쳐지는 카이주(외계괴물)와 예거(신경망 접속을 통해 조종하는 로봇)의 거대한 격투는 여전히 묵직한 파워를 자랑한다. 스티븐 S. 드나이트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이번 작품에선 펜테코스트 사령관의 아들 제이크(존 보예가)가 반골 기질이 다분한 젊은 리더로 분하는데, 출발부터 로봇을 대하는 자세가 아버지와는 영 딴판이다. 전작에서 10년이 흐른 2035년, 전쟁의 잔해 속에서 찾은 로봇 부품을 팔아서 미식(예를 들면 핫소스)을 이어가던 그는, 자신만큼 만만찮은 성격에 기계공학 전문가인 15살 고아 아마라를 만나 의외의 팀워크를 구사하게 된다.
“난 아버지와 달라.” 델 토로와의 비교를 의식한 듯 영화는 자주 정통성을 부정하는 대사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전편을 기대하는 관객을 위해 빈약한 지점을 일체 배제하고 말하기는 힘든 영화다. 스케일의 미학이 주었던 처음의 설렘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전보다 스토리에 신경 쓴 흔적은 도리어 기계적인 묘사가 도드라지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애초에 두 영화의 태생적 목적이 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작이 델 토로가 꿈꿨던 촘촘한 오마주의 향연이라면 이번 영화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할리우드 스타일의 상업영화에 가깝다. 덕분에 우리 시대의 캐주얼한 영웅상에 최적화된 존 보예가와 신예 케일리 스패니의 활기는 더욱 신선하게 부각된다. 아쉬움이야 어쨌든 로봇과 괴물은 더 새롭게 업그레이드됐다. 합체형 괴수 메가 카이주가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 이를 지켜보던 인물의 얼굴에 감도는 진한 경이와 환희는 아마도 모든 양덕에게 고스란히 전염될 것 같다. 메카, 괴수물의 팬들에겐 충분히 즐거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