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했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마흔여덟, 다다시는 이혼 후 15년을 산 아파트를 나와 오래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한다. 사는 내내 취향과 성향이 달라 삐걱댔던 아내와의 이혼은 그에게 홀가분함을 주고, 22살 아들은 독립해 외국에서 유학 중이니 부양의 의무도 끝났다. 로망이었던 낡고 오래된 일본식 가옥으로 이사한 그의 일상은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집주인인 소노다는 미국으로 떠나면서 세입자인 그에게 두 가지 조건을 내건다. 첫째, 집을 고치더라도 틀은 손대지 않기, 둘째, 매일 찾아오는 고양이 후미의 밥을 챙겨주기. “그리고 집을 수리한다면 메일로 사진을 보내주면 좋겠어요”라는 말도 덧붙인다. 내키는 대로 먹고, 자고, 책을 읽고 생활할 수 있는 마흔여덟 혼자남의 생활은 담백하고 간결하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회사 동료는 “자네는 우아하군”이라고 말한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다다시의 질문에 “아직 40대잖나. 월급은 많이 받으면서 마음 편하게 혼자 살지. 이걸 우아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나”라는 답이 돌아온다.
생활의 곤궁함 없이, 책임질 것도 없이 혼자 사는 중년 남자의 삶은 남 보기에도 우아하고 안온해 보이는 것이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마쓰이에 마사시의 신간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작가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집에서 출발한다. 전작에서 건축가를 주인공으로 해 건축에 대한 해박함으로 밀도 높은 묘사를 펼쳤던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공간으로 인물의 성격과 관계를 조탁해간다. 다다시가 오래된 주택으로 이사한 후 집주인과 집에 대한 메일을 주고받고, 그곳에 옛 연인 가나를 초대해 함께 가옥 곳곳을 둘러보는 장면을 읽고 있으면 그 집의 문간과 기둥이 눈에 그려지고 눅진한 냄새까지 맡아진다. 이제 청춘이 아니다. 때문에 더 욕심낼 것도, 집착할 것도 없다. 쌉싸름한 외로움 속에서 인생2막에 차분히 돌입한 남자의 시간은 이층집 덧문에 드는 바람처럼 평온하게 흐른다. 여유롭고 고아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오래된 집의 냄새
오래된 집 특유의 간장과 된장, 장아찌가 뒤섞인, 습기 있는 냄새가 어디선가 풍겼다. 피아노와 오디오, 헌 책꽂이에서 풍기는 나무와 쇠가 뒤섞인 건조한 냄새도 났다. 흰 벽도 창유리도 한동안 청소를 안 했는지 때가 거무스름하게 탔다.(20쪽)
가나와 헤어지고, 아내와 헤어지고, 아들도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고, 이 오래된 집에서 홀로, 이대로 누구와도 멀게, 조용히 살아갈 줄 알았다. 가나는 근처에 살아도 먼 존재로 그곳에 있으면서, 늙어 병이 생긴 아버지와의 생활을 지켜나갈 줄 알았다.
혼자 사는 생활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집을 고치면서 조금씩 갖춰졌다. 남 앞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지만, 집은 내 마음이고 몸이기도 했다.(1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