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나빠지는 세상 앞에서 우리는 무력하지만, 그래도 입술을 열어 인간의 의미를 말하고 오늘의 우아함을 고민한다. 3월의 북엔즈에는 소설을 읽는 시간이 곧 치유처럼 느껴지는 일본 소설과 픽션이 아닌 다큐로 다가오는 한국 소설,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지워가며 삶의 고됨과 그럼에도 아름다울 수 있는 인간에 대해 말하는 시집 한권을 가져왔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제목과는 달리 우아한 여백이 돋보이는 일본 소설이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전작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연장선에서 오래되고 낡은 일본식 가옥에 혼자 사는 남자의 느린 일상이 천천히 흘러간다. 소설가 김솔의 장편소설 <마카로니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공장이 폐쇄되는 과정에서 사측과 노동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와 함께 개개인의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과정도 보여준다. 누구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해고 문제를 심리묘사를 통해 치밀하면서도 힘 있게 끌고나간다. 김현 시인의 <입술을 열면>에서는 그의 수필과는 또 다른 시인만의 색채를 느낄 수 있다. 이미지처럼 펼쳐진 낯선 시어들이 꿰맞춰져 최근 5년간 시인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들을 전하고 싶었는지가 읽힌다.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 3월의 추천서적
글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최성열
2018-03-20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마카로니 프로젝트> <입술을 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