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브리프 히스토리 오브 타임>(1991)에 출연한 스티븐 호킹.
우리 시대의 위대한 물리학자 중 한명인 스티븐 호킹이 76살로 세상을 떠났다. 영국 방송사 <BBC>는 호킹의 부고 소식을 보도했다. 아인슈타인의 생일이기도 한 3월 14일에 숨을 거둔 호킹의 부재에 전세계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은 상대성이론과 우주에 대한 독창적인 이론으로 잘 알려진 영국 과학자다. 특히 블랙홀에 적용되던 특이점을 우주 전체에 적용한 이론은 학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더불어 블랙홀이 모든 물체를 삼켜버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복사에너지를 방출한다는 호킹의 이론은 과학자로서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SF영화의 팬이라면 외계인과 접촉하려는 시도가 아주 신중해야 한다는 스티븐 호킹의 말이 얼마나 많은 작품에서 변주되었는지 되새겨봄직하다.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였던 스티븐 호킹은 21살에 루게릭병(운동신경원이 점점 손상되어가는 희귀병)을 진단받았다. 당시 의사는 그에게 남은 시간이 2년여 정도라고 말했지만, 호킹은 상대성이론과 우주론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스티븐 호킹의 또 다른 업적은 대중과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젖혔다는 것이다. 일반 독자도 이해하기 쉽게 저술한 시공간에 대한 저서, <시간의 역사>는 40개 국어로 번역돼 1천만부가 팔렸다. <BBC> TV영화 <호킹>에서 스티븐 호킹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우주의 경이로운 복합성을 전문가 이외의 사람들에게 전한 호킹의 업적은 영웅적”이라는 말을 남겼다. 스티븐 호킹은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시트콤 <빅뱅이론>, 드라마 <스타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 등에 출연해 과학자의 존재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했다. “우리는 진실로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사람을, 놀라운 과학자를,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재미있는 사람을 잃었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을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국 배우 에디 레드메인의 말이다. 그가 예상보다 오래 지구에 머물 수 있었던 건 우리 모두에게 축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