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되었다. <관내분실>로 대상을 수상한 김초엽 작가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 수상했다. <관내분실>은 사후 마인드 업로딩을 통해 도서관에 보관된 망자의 마인드를 찾아 대화를 하려는 지민의 이야기다. 지민은 어머니의 마인드가 관내분실, 즉 도서관 내에서 분실된 상황임을 알게 된다. 지민은 어머니의 마인드 인덱스를 지운 아버지를 만나고, 마인드를 복구하기 위해 어머니의 기억이 얽힌 물건을 찾는다. 임신한 지민은 어머니가 가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인생이 자신을 임신하며 달라졌음을 알게 된다. 완전히 잊히고자 했던 어머니, 설령 ‘진짜’가 아니라 하더라도 어머니의 마인드와 대화하고자 하는 지민의 심경이 아프게 와닿는다. 기억 속 어머니의 모습과 자신을 낳기 전 어머니의 모습의 차이를 알게 된 뒤, SF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아득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엔딩이 이어진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역시 그런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관내분실>보다 이 작품이 더 마음에 들었다. 노년의 여성 안나와 대화를 나누는 한 남성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진행되어감에 따라 조금씩 베일을 벗는다. 안나의 나이, 지금 그들이 있는 장소, 남자의 정체,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이유가 하나씩 드러난다. <관내분실>이 맞닿기 위해 애쓴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멀어지기 위해 애쓴다. 두 작품 모두 생생하게 그려진 인물들이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는다. 김보영 작가의 심사평에 따르면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이름으로 제출되었는데,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경합을 벌였으며, 두 작품의 분위기가 비슷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우수상에서도 밀려 가작을 받았다고 한다.
2000년대 중반, <씨네21>에서 기자로 일하며 단단한 취재력과 성실한 필력을 보여주었던 오정연씨는 <마지막 로그>라는 단편으로 가작에 입선했다. 안락사를 선택한 주인공이 보내는 마지막 일주일을 그린 작품으로, 인간이 얼마나 작고 희미한 신호를 희망으로 오인하고 싶어 하는지, 오류가 없이는 테두리 밖으로 떠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게 어떤 뜻인지를 알게 해주는 애잔한 실험이다.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가 얼마나 밝은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 실린 다섯 작가의 여섯 작품을 읽어보면, 과학소설의 미래는 이미 여기 눈부시게 도착해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