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딘딘>은 숲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내는 존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딘딘을 등장시켜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를 유유히 비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외계에서 파견된 탐사 로봇 오로라가 등장해 딘딘의 유일함을 위협한다. 태양빛으로 에너지를 합성하는 오로라는 딘딘보다 훨씬 밝은 빛을 자유자재로 내뿜으며 카메라, 오락기, 놀이기구 같은 첨단 기기를 마을에 전파한다. 거대한 쥐 울프킹과 그의 부하들이 마을의 곡식창고를 넘보는 것이 서사의 표면적 갈등이지만 그보다는 딘딘과 오로라의 대비를 통한 아날로그와 최첨단의 조화가 강한 메시지를 뿜으며 영화를 견인한다. 오로라에게 빛 대결을 제안한 딘딘은 마을 친구들을 불러모아 그림자로 동화 구연을 선보이고, 오락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오로라는 대신 탐사 도중 촬영한 우주 영상을 보여주려 한다. “이야기 없이 그림만 보면 따분할 텐데.” 딘딘의 예상과 달리 영롱한 은하계의 신풍경을 접한 마을 친구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반딧불이 딘딘>은 이렇게 작지만 날카로운 에피소드로 우리시대의 숙명을 고민해나간다. 반가운 점은 오로라 캐릭터를 악인으로 치환하지 않은 점이다. 이 영화에서 오로라는 가치 판단으로부터 자유롭고 쉽게 동요하지 않는 현명한 존재다. 똑같이 빛을 품었으나 너무도 다른 둘은 어떻게 화해하게 될까, 그리고 어떻게 서로 더 강해질까.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서 쉽지 않은 주제를 단단히 지켜낸 태도가 인상적인 반면 후반부의 위기 상황을 기성 영화의 장르적 스펙터클로 풀어나가는 방식은 다소 버겁고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