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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다이스맨>
이다혜 사진 최성열 2018-02-20

<다이스맨> 루크 라인하트 지음 / 비채 펴냄

서른이 넘은 뒤 희열이라고 부를 만한 도전이 인생에서 사라진 것 같다고 느끼는 한 남자가 있다. 그 문제를 동료(정신과의사)들에게 말했더니, 다들 말하기를 육체가 쇠퇴하듯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단다. 문제는 자살 욕구가 있음을 깨달으면서부터다. “외국에 가도, 불륜을 저질러도 만날 똑같은 기분입니다. 돈을 벌어 쓰는 것도 그렇죠. 분석을 받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죄다 약에 취했거나, 절망에 빠졌거나, 만날 보던 얼굴들이고요. 제 일은 효과는 있지만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새로운 철학이라는 것도 결국 그게 그거고, 제가 자부심으로 삼았던 정신분석도 이 문제에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집의 창가에서 프로이트의 초상화를 보다가 주사위를 보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주사위 윗면이 1이라면 알린을 강간하자”고 마음먹는다. 알린은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 정신과의사의 아내이자 그의 아내와도 절친한 사이다. 1은 강간, 다른 숫자는 침실. 그리고 주사위의 결과는 1. 여기서 결과에 놀라 움츠러들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며 다시는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면 이 소설은 탄생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는 주사위를 계속 던진다. 처음에는 섹스와 강간을 위해 주사위를 던진다. 그 와중에도 두 가지 원칙은 지키려 노력한다. 첫째, 내키지 않는 선택지는 포함시키지 않는다. 둘째, 언제나 다른 생각을 하거나 핑계를 대지 않고 주사위의 결정을 따른다. 즉, 자신이 하고 싶지만 통제를 벗어난 행동이라 저어될 때, 주사위라는 핑계를 만들어낸 셈이다. 하지만 질문은 점점 통제를 벗어나는 쪽으로 흐른다. 이제 그는 가족을 버리고 떠나거나 사람을 죽이는 문제에까지 주사위를 던진다. <다이스맨>은 1971년에 쓰인 소설. 저자 루크 라인하트는 대대로 고위 공직자를 배출한 명문가의 장남으로 영문학 강사로 일하며 뉴욕에서 아내와 살았다. 그가 갑자기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하고 완성한 <다이스맨>은, 정신과 의사에게 강간살해의 경험을 욕설을 섞어 토로하는 내담자 이야기를 듣는 장면을 비롯해 남성이 할 법한 폭력적인 상상들로 가득하다. 이 소설은 <런던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컬트소설’로 꼽히기도 했다.

TO YOU

독자들이여, 좋은 친구이자 나와 같은 어릿광대인 독자들이여, 나의 다정하고 하찮은 인간들이여, 그래, 여러분이 주사위맨이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들은 내가 여기서 묘사한 자아, 타버린 자아, 즉 주사위맨을 영혼 속에 영원히 담고 가야 하는 운명이다. 당신들은 다중인격이며 그중 하나가 나다. 나는 당신들 속에 영원히 가려움증을 유발할 벼룩 한 마리를 만들어놓았다. 아, 독자들이여, 내가 태어나게 하지 말아야 했다.(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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