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을 이어받아 오아시스 세탁소를 운영하는 태국(조준형)은 강남에서 세탁 편의점을 열자는 아내의 성화에도 한사코 사람 냄새 나는 동네 세탁소 운영을 고집한다. 태국은 오디션을 준비하는 가난한 배우 지망생에게 주인 없는 옷을 빌려주는 정 많은 아저씨다. 사막의 사람들이 오아시스 주변에 모여드는 것처럼 태국의 세탁소에도 저마다 절박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 돈 안 낸 손님을 따라들어온 택시기사,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유산을 찾으러 온 자식 내외 등이 방문해 한바탕 엉뚱한 난리를 피우기도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동네 사랑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구멍가게처럼 점점 사라져가는 끈끈하고 인간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대학로에서 13년간 공연을 이어온 원작 연극을 옮긴 작품으로 제자리를 오래 지키고 선 것들을 뭉클하게 비추는 각본은 충분한 미덕을 지녔다. 판가름의 기로에 선 것은 ‘시어트리컬 무비’를 자처하는 영화의 형식이다. 유일한 공간은 열평 남짓한 세탁소를 표현한 무대 위, 배우들은 대체로 정면을 바라본 채 머리 위로 꽂히는 핀 조명을 받으며 연기한다. 그럼에도 <오아시스 세탁소>를 영화라 부를 수 있는 건 편집 덕분이다. 대상과 적절한 각도, 거리감을 조율하는 카메라의 시선이 영화 언어를 더해낸다. 다만 <오아시스 세탁소>의 시도가 기존 소극장 공연의 생생함보다 유의미한 효과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영화로 옮기면서 딱히 참신한 표현이 더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체감상 끊김 없이 이어지는 연극 한편을 그대로 보는 느낌이 강하다.
<오아시스 세탁소> 제자리를 오래 지키고 선 것들
글
김소미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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