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현상’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한다. 1978년 조지아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와 수잔 임스가 만든 말로, 이 현상은 성공한 사람들이 느끼는 세 가지 유형의 감정을 말한다. 첫째,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느낌, 둘째, 자신의 성취는 순전히 운이 좋은 덕택이라는 생각, 셋째, 자신이 일군 성공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 <직장살이의 기술>을 쓴 로스 매커먼이 가면현상에 주목한 이유는 그 자신의 이직 경험을 되돌아보면서였다. 그는 ‘항공사 잡지계의 <에스콰이어>’라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기내지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에스콰이어>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댈러스에 모든 기반을 두고 살아왔는데 뉴욕에서 큰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기회 앞에서 매커먼은 갈등했다. 사람들이 나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간의 성취는 운이 팔할이었는데, 그 사실이 들통나면 어쩌지?
결론부터 말하면 매커먼은 <에스콰이어>로 이직했다.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업무상 점심 식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바에서 술을 주문하는 법조차 몰랐다. 어찌어찌 뉴욕에서의 생활이 시작되고 몇달이 지나자, 매커먼은 진실을 알게 된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전부 다 사기꾼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처럼 보이는지가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였다. <직장살이의 기술>은 자신이 아웃사이더라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업무 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소한 것들을 다루는 기술을 보여준다. 첫 출근의 기술부터 대화의 기술, 사무실 밖 업무의 기술 등 노하우 전수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책이 미국에서 잡지 에디터로 일하는 백인 남성의 조언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주류사회의 업무 스킬이 한국 주류사회에서 통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리크루터를 통해 이직 제안을 받는 경우가 한국에서는 많지 않다. 유용해 따로 메모해놓고 싶은 조언도 있지만, 어떤 조언은 글쎄다다. 그냥 별로 재미도 없는 농담에 그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회의 중에 도넛이 제공되면, 도넛을 꼭 먹는다”가 사회생활의 원칙 60가지 중 하나에 들어가는 까닭은 이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서겠지. 하. 하. 하. 참고로 이 책에는 ‘이 책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법’이라는 챕터가 있으니 확인하시길. 이 책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유머나 노하우 전수쪽이 아니라 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대목이다. 재능과 자신감 사이에 격차가 있어 고민이라면 이 책으로부터 꽤 큰 위안을 얻으리라. 즉, 나 자신이 확신하지 못하지만 주변에서는 알아봐주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저자 자신이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