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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드 카본> 배우 조엘 킨나만 - 누구라도 원했을 프로젝트
장영엽 사진 최성열 2018-01-31

넷플릭스 드라마 <얼터드 카본> 프로모션으로 한국 찾은 배우 조엘 킨나만 인터뷰

-<얼터드 카본>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누군들 출연을 원하지 않았겠나. (웃음) 이 디스토피아 SF 드라마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프로젝트였다. <얼터드 카본>은 우리가 인생을, 죽음을, 영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더불어 이 작품은 인간에게서 유한성이라는 특징이 사라졌을 때 그것이 인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질문을 하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는 액션과 유머도 담고 있다. 정말 다양한 측면에서 매력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타케시 코바치는 다른 몸에 정신을 이식해 250년 만에 깨어나는 인물이다. 정신은 그대로인데 육체가 바뀐다는 설정은 당신의 전작 <로보캅>(2014)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영화는 어떤 점이 달랐나.

=이 질문을 듣기 전까지 생각지 못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로보캅>의 알렉스 머피와 <얼터드 카본>의 타케시 코바치의 가장 큰 차이는 코바치의 경우 새로운 몸과 새로운 시대를 체험해야 하는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점이다. 코바치에게 가장 큰 딜레마는 250년 뒤의 미래에 깨어났는데 그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이미 죽었고, 전쟁에서는 패배해 결국 숙적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니까.

-극중에는 세명의 코바치가 등장한다. 당신이 연기하는 현재의 코바치, 한국계 미국 배우 윌 윤 리가 연기하는 250년 전의 코바치, 그리고 바이런 먼이 연기하는 어린 시절의 코바치가 그들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몸을 가졌지만 정신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하는 데 있어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그건 이번 작품에 임하며 가장 어려웠던 도전 과제 중 하나였다. 운 좋게도 내가 가장 먼저 코바치를 연기했기에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윌과 바이런이 촬영을 시작하며 나에게 와 묻더라. 어떠한 특성을 비슷하게 표현해야 하는지, 코바치에게 신체적 매너리즘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말이다. 나의 해석은 이런 거였다. 한 사람의 존재 안에서 뇌는 분명 신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만 몸 역시 정신과 상호작용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즉 어떤 사람이 새로운 몸에 들어간다면 그 몸의 영향을 받기에 같은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예전과 완전히 같지 않은 새로운 사람이 될 거라고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바치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생존 본능이 아닐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더라도 코바치에게는 거기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여겼다. 아마도 현재의 삶에서 새롭게 맺게 되는 타인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코바치의 생존 본능 또한 더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리처드 K. 모건의 원작 소설과 레이타 칼로그리디스가 집필한 드라마 <얼터드 카본>의 각본 속 코바치는 꽤 다른 느낌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

=레이타의 각색이 탁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원작보다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소설에서 의뢰인 역할이었던 릴린(디첸 라크먼)을 코바치의 여동생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코바치를 연기하는 데 복합적인 결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원작과의 또 다른 차이는 코바치가 유년기에 아버지에게 폭행당했다는 설정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레이타의 각색이 코바치의 냉소적인 태도와 폭력적인 면모를 좀더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의 군인 출신 리더 릭 플래그와 <로보캅>의 알렉스 머피, 드라마 <더 킬링>(2011~14)의 스티븐 홀더 형사 등 생존 본능이 강하며 현실적이면서도 거친 성향의 인물을 그려내는 데 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캐릭터에 끌리는 편인가.

=그런 인물들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어쩌면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인물들이 연기자로서 내가 지향하는 방향성과도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신비함을 간직하기보다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를 선호한다. 스웨덴에서 극단 생활을 하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연기를 배웠다. 그곳에서 내가 배운 건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법이었다. 어떤 인물을 연기할 때 그가 아침에 어떻게 일어날지, 이는 어떻게 닦을지 등 인물의 리얼한 톤 앤드 매너를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감독의 연출 방향이 나와 다르게 갈 때도 있지만, 연출자의 디렉션과 더불어 내 스타일을 추구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얼터드 카본>을 보면서 러닝타임이 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크린 배우들의 TV 진출이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변화하는 제작 환경을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TV에서 <얼터드 카본> 같은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버젯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예전에 SF 장르의 프로젝트는 새로운 세계를 구현해야 하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라는 매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와 TV가 구현할 수 있는 장르의 범주가 다르지 않은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배우 입장에서도 점점 더 영화인지 TV시리즈인지를 가리는 게 아니라 어떤 종류의 프로젝트인지에 따라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TV시리즈는 영화에 비해 한 작품을 두고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심도 있고 다층적으로 인물을 표현할 수 있어서 즐겁다.

-마지막으로, <얼터드 카본>처럼 다른 사람의 몸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누구의 몸을 선택하고 싶은가.

=미국프로농구(NBA)의 르브론 제임스 선수가 되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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